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며 "'정치 거리두기'는 최고의 국정원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일까지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국정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4·7) 보궐선거에서도 국정원은 정치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실천했다"며 "정치 거리 두기는 국정원 최고의 개혁이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 문제야말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CVID) 대공수사권이 돼야 한다는 각오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국정원이 공개한 베트남 전쟁시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관련 정보가 부실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박 원장은 "3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15자를 모두 공개한 것"이라며, 이런 비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나오면서 국정원은 1968년 2월 한국군 청룡부대가 일으킨 '퐁니·퐁넛 사건' 관련 중앙정보부 시절 작성 문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공개한 정보는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군인 3명의 이름과 지역명 등 총 15글자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박 원장은 국정원의 정보 제공 활동과 관련해서는 "'직무외 정보활동 정보공개청구’, ‘세월호’, ‘5.18’, ‘부마민주항쟁’ 등 관련 자료를 발굴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주 차륜형 장갑차 사진 자료 등 5.18 관련 4차 기록물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6800여 쪽 분량의 문서와 사진 257장을 5.18 조사위에 전달한 상태다.
박 원장은 5.18 사진 자료와 관련해 "언론에서 ‘궤도형 장갑차만 운용했다’는 계엄군의 주장은 거짓임이 밝혀졌다"며 "앞으로도 관련 기관과 적극 소통해 자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원장은 "최근 남북, 북·미, 한·미·일, 한·중, 한·러 등 주변 정세가 매우 유동적"이라며 "정보기관 간 협력은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지고 있고, 정보기관 파트너십이 동맹 강화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은 오는 6월 10일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앞두고 직원들과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국정원의 비전을 '일하는 국정원, 미래로 가는 국정원, 집처럼 따뜻한 국정원'으로 정비 중이다. 박 원장은 "그 일환으로 최근 국정원 핵심가치에 대한 직원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우리 직원들은 애국심, 헌신을 최고 가치로 꼽았다. 저는 항상 직원들에게 ‘국정원 영문명 NIS의 S는 서비스다, 우리는 이제 권력기관이 아니라 정보서비스 지원기관으로 서비스가 우리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