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기업 CEO 연봉, '임금' 포기에도 사상 최고치…어떻게?

2021-04-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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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S&P500지수 기업 CEO 322명 연봉 분석

지난해 연봉 중간값 153억원…전년비 7% 뛰어

"206명 연봉 올라…인상률 중간값 15%로 추산"

CEO가 포기한 '임금', 연봉 비중 10%미만 불과

"CEO, 팬데믹 불황에도 배당금·성과급은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난에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받은 연봉(임금+성과급)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등록된 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 CEO의 2020년 연봉을 분석한 결과를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크루즈 선사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 홀딩스의 프랭크 델리오 최고경영자(CEO).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누리집 갈무리]


WSJ은 미국 상장기업 CEO 322명의 지난해 연봉 중간값이 1370만 달러(약 153억5000만원)로 집계됐다며 “이는 지난 2019년의 1280만 달러에서 90만 달러(약 7%)가 올라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322명 중 연봉이 오른 CEO의 수는 206명으로 인상률의 중간값은 15%로 계산됐다고 덧붙였다.

WSJ은 “팬데믹 여파로 기업들이 실적 성과 목표치를 변경하고, 연봉 체제를 수정했지만, CEO의 연봉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팬데믹 이후 CEO의 연봉 수준을 큰 폭으로 늘린 기업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기업의 CEO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임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들이 받는 연봉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CEO들의 연봉 인상 배경을 ‘주식시장의 반등’으로 꼽았다.

기업 CEO들이 회사에서 받는 ‘임금’ 이외 배당금, 스톡옵션(stock option,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등 주식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16.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사상 첫 4000선을 웃도는 강세를 나타냈다.

WSJ에 따르면 페이콤 소프트웨어 창립자인 채드 리치슨 CEO는 주식으로 2억1100만 달러의 연봉을 챙겼다. 래리 컬프 제너럴일렉트릭(GE) CEO도 65만3409달러의 임금은 포기했지만, 주식 등을 포함해 7320만 달러를 받았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크루즈(cruise)여행 기업 CEO의 연봉도 늘었다.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 홀딩스는 지난해 4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프랭크 델리오 CEO는 연봉은 두 배가량이 늘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CEO의 연봉 평균 추이.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누리집 갈무리]


델리오 CEO는 3년 계약 연장에 따른 보너스 등으로 36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노르위전 대변인은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델리오 CEO가 회사에 필요했다고 해명하며 팬데믹 경영난 극복을 위해 비용 절감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검증된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경영진들의 주머니를 불러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음식공급(케이터링)업체인 아라마크의 존 질머 CEO는 10% 수준이던 인센티브(성과급)를 40%까지 올리는 등 임금·성과급 지급체계를 수정했다. 이로 인해 애초 지난해 110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총 2170만 달러를 받았다.

줄리안 하무드 글래스루이스(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이사는 “이런 식으로 CEO 연봉이 오르게 되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코로나19를 이유로 임금 지급 체계에 변화가 있다는 발표가 있으면 투자자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스타벅스,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등은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경영진의 임금 지급 체계 조정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 WSJ은 지난해 9월 1일 이후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연봉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70%를 밑돈 기업의 비율은 6곳 중 1곳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연봉 안건 찬성률 70% 미만 비율이 12곳 중 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 의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험·연금 컨설팅(상담)업체인 윌리스 타워스 왓슨의 돈 델베스는 “70% 미만 찬성률은 사실상 (경영진 연봉체계 수정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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