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새 역사 쓰다

2021-04-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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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윤여정이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미국배우조합상(SAG) 이후 또 한 번 '한국 최초 연기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로 오스카 수상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12일 오전 3시(한국 시간)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의 수상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아카데미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가 주최하며 미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와 함께 영미권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유명하다.

윤여정은 수상 후 "저는 한국 배우 윤여정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에 올라 영광이다. 아, 이제 수상자가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에든버러 공작 필립공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상을 주셔서 고맙다.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특히 고맙다. 고상한(체 하는, Snobbish)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눙쳤다.

그는 "저에게 표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영국 아카데미(BAFTA)에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여정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유머로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했다. '고상한 영국인'이라는 그의 수상 소감은 영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는 상황.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가 올린 윤여정 수상 소감은 2747명이 리트윗했고 8173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까지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오스카(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앞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미권 최고 권위 영화제 중 하나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린다.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사진=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트위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워싱턴 DC·보스턴·샌프란시스코·시애틀, 뉴욕 온라인·그레이터 웨스턴 뉴욕·오클라호마·캔자스시티·세인트루이스·뮤직시티·노스캐롤라이나·노스텍사스·뉴멕시코·샌디에이고·아이오와·콜럼버스·사우스이스턴·밴쿠버·디스커싱필름·미국 흑인·피닉스·온라인 여성·할리우드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골드 리스트 시상식·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라티노 엔터테인먼트 기자협회 등에서 30여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써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수상에 관한 기대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

윤여정은 시상식 이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 관련 질문은 이미 많이 받았다며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아무것도 묻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71년 MBC로 이적해 '장희빈' 역을 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해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 데뷔해 파격적인 캐릭터로 '천재 여배우'라며 극찬을 받았다.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 미국으로 떠나긴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1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뒤 드라마 '사랑과 야망' '모래성' '사랑이 뭐길래' '작별' '목욕탕집 남자들' 등 대중적인 작품은 물론, 영화 '에미' '바람난 가족' '하녀' '자유의 언덕' 등 작가주의 영화에서도 자유롭게 활약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최근까지도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과도 가까이하며 전 세대 간 사랑받는 현역 배우다.

한편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조연상(앨런김), 여우조연상(윤여정), 외국어영화상, 음악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는 아쉽게도 여우조연상 수상에만 성공했다. 유력했던 외국어영화상은 덴마크 영화 '어나더라운드'에 돌아갔다.

작품상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차지했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까지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다니엘 칼루야'에게 돌아갔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 영화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정이삭 감독은 이미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명감독이다.

오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각본상·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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