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1000조 시대] 고령화에 급성장했지만…민사신탁 활성화는 부족

2021-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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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이 고령화에 힘입어 1000조원 시대를 맞았지만 질적 성장에 도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1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신탁은 재산을 금융사에 맡겨 보관 및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돈을 맡기는 것은 금전신탁, 부동산과 같이 돈 이외의 재산을 맡기는 것은 재산신탁이라 불린다.

국내 신탁시장은 2017년 말 775조원에서 2018년 말 873조원, 2019년 말 969조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61개 신탁회사의 총 수탁고는 1032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신탁회사별로 살펴보면 은행의 수탁액이 492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증권사는 244조3000억원, 보험사는 17조9000억원 순이다. 부동산신탁회사의 수탁고도 280조원에 육박했다. 신탁 재산별로 보면 금전신탁이 502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3조1000억원 늘었다. 이 중 특정금전신탁은 486조원으로, 전체의 96.7%를 차지했다.

재산신탁은 5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4조원 넘게 증가했으며, 이중 부동산신탁과 금전채권신탁은 각각 334조1000억원, 191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99.3%를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신탁사 수탁고는 277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수탁액이 20.3% 늘었다. 담보신탁(39조9000억원)과 관리형토지신탁(6조9000억원)을 중심으로 수탁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처럼 국내 신탁시장은 단기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질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시장에서 신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산관리 목적’이라는 본래의 기능과는 달리 금융상품 중 하나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신탁의 본질적 기능은 타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며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 기능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신탁은 투자기능 쪽으로 쏠리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탁은 불특정금전신탁, ELT 등 주요 금전신탁 상품이 규제 차익 수단으로 활용돼왔으며,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 상사신탁 비중 역시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언대용신탁, 장애인신탁, 상속증여 신탁과 같은 고령화시대에 부합한 민사신탁 활성화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해외 선직국 대비 국내 신탁 시장은 안정형 상품 위주로 운용돼 일반투자자의 투자 수요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2년 신탁법 개정을 통해 신탁 서비스가 발전할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는데도 불구하고 고령화 시대의 핵심 역할로 자리 잡지 못했다.

반대로 해외 주요국에서 신탁은 연금제도를 넘어 노후 자산관리의 핵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신탁을 통해 근로기간 동안 축적한 자산을 소득화해 생활비로 충당하기도 하며, 잔여 자산을 상속·증여하거나, 사회에 기부하면서 생애를 마감하는 전반의 프로세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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