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후폭풍] "주택 공시가격 엉터리"…지자체 집단반발

2021-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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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같은 면적 아파트 공시가 20% 이상 차이

임대아파트가 분양아파트보다 공시가 더 높아

현실화율 70%라지만…100% 넘긴 아파트 수두룩

 

1가구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이 지난해보다 21만5000가구 이상 늘어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 서울 서초구 반포 훼미리 아파트 101동 전용면적 84㎡는 공시가가 8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6% 올랐다. 그런데 바로 옆 동인 102동의 같은 층, 같은 면적 아파트는 공시가가 9억6700만원으로 상승률이 29.59%에 달했다. 동일아파트 같은 층, 같은 면적인데도 불구하고 공시가가 20%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2. 서초구 우면동 소재 임대아파트인 LH 5단지 전용 84㎡는 공시가가 10억1600만원이다. 그런데 인근 분양아파트인 서초힐스는 공시가가 9억8200만원으로, 서민을 위한다는 임대아파트의 공시가가 더 높다. 두 아파트는 같은 지역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준공연도도, 주택형도 비슷하다.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서울,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엉터리 공시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는 공시가를 “현실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깜깜이 산정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5일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가 공시가격 검증단을 꾸리고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이 고무줄 잣대에 의해 허술하게 산정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서초구에서는 공시가가 90% 이상 치솟은 아파트가 다수였다.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지난해보다 1.2% 포인트 오른 70.2%라는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결과다.

실제 서초구에서 지난해 거래가 발생한 4000가구를 살펴보니, 실거래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 이상인 가구는 총 208가구, 100% 이상은 총 136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준공한 서초동 A아파트 전용 80.52㎡의 거래가격은 12억6000만원이나 공시가는 15억3800만원(현실화율 122.1%)에 달했다. 잠원동 B아파트 전용 117.07㎡는 거래가가 17억3300만원인데 공시가는 18억7100만원(현실화율 108.0%)이다. 방배동 C아파트 전용 261.49㎡의 거래가는 10억730만원인데 공시가는 13억6000만원(현실화율 126.8%)에 달했다.

무엇보다 공시가격이 100% 이상 치솟은 주택 중에는 빌라 등 서민주택이 많았다. 서초구의 경우 평균 공동주택가격 상승률인 13.53%를 3배 이상 초과하는 주택이 총 3101가구인데, 이 중 대부분이 다세대와 연립 등 서민주택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로 인해 올해 서초구 기초연금 대상자 1426명 중 105명의 자격 중지가 예상된다”며 “저가 서민 주택의 공시가는 지난 3년간 거래사례의 평균으로 현실화율이 적용돼야 하며, 상한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일 아파트 같은 층, 같은 면적인데도 공시가가 다른 사례도 나왔다. 반포 훼미리 아파트는 거래가 발생한 102동 공시가격 상승률이 거래가 없는 101동보다 수천만원 더 높았다. 또 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임대아파트 공시가가 분양아파트 공시가보다 더 높은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조 구청장은 “임대아파트 소유주인 LH공사가 가격 상승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향후 분양 전환 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준공연도와 평형이 비슷한 동일 지역에 있는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간의 균형 있는 공시가를 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엉터리 공시가는 제주도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국토부가 공시한 제주도 공동주택 7채 중 1채가 엉터리라는 주장이다. 실제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동에서 한 라인만 공시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사례들이 발견됐다. 또 일부 아파트에서는 한개 동만 공시가격이 상승하고, 다른 동은 모두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30%에 달했고, 아파트보다는 빌라 등 서민주택에 공시가격 오류가 집중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 단지에 걸린 공시가 인하 요구 현수막 [사진제공=아주경제DB]


이렇듯 깜깜이 산정 논란으로 인해 고가아파트가 많은 강남뿐만 아니라 서대문구, 성북구, 양천구 등 비강남권에서도 공시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서초구와 제주도는 정부에 투명한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와 전면 재조사, 공시가격 동결, 지자체로의 공시가 결정권 이양 등을 건의했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서초구에서 의견 제출된 민원은 7000여건이나 이 중 약 1%만 받아들여졌다. 이 또한 깜깜이로 정확히 몇 건이 어떤 사유로 받아들여졌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조세정책으로서 정부 공시가격 제도의 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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