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외교가에서는 정 장관이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국은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서 한국이라는 우군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지는 까닭이다. 한·중 양국의 관심사가 현저히 다르다는 얘기다.
정 장관으로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 시일 내 시 주석의 방한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한국 외교당국의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2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을 방문, 3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회담 후 오찬을 함께한다. 왕이 부장은 정 장관 취임 직후 전화 통화로 방중을 초청했다.
이처럼 정 장관은 이번 왕이 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양자 협력, 국제 현안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양국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는 대로 재추진하기로 한 시 주석 방한 문제도 다룰 전망이다.
이에 더해 양측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나날이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며 "한국을 미·중 갈등의 약한 고리로 보고, '쿼드(QUAD·비공식 안보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그간 관영매체 등을 통해 미국 정부 주도의 반중(反中) 포위망으로 알려진 쿼드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한·중 간 신뢰가 파괴될 것이라며 엄중 경고해왔다.
박 교수는 "(미·중 간) 심각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밝히며, 오는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면하기에 앞서 시 주석이 방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