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여행사에 다니던 A씨의 근심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코로나19 여파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외벌이인 데다가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A씨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는 "다른 업계는 오히려 호황이라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하더라. 줄도산 위기에 처한 여행업계 종사자 입장에선 참 씁쓸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여행업계 생존 위기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여행사 직원들의 급여(연봉)는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확 깎였다.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하나투어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36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단순히 월별로 나눠 계산하면 월 150만원, 여기서 4대보험 등을 공제하면 훨씬 줄어든다. 여행사 직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간 셈이다.
모두투어와 참좋은여행 등 다른 여행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9년 모두투어 1인당 평균 연봉은 44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는 2300만원으로 줄었다. 참좋은여행도 41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40% 이상 떨어졌다.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9년 1인당 평균 연봉이 4400만원이었던 모두투어는 48% 줄어든 2300만원에 그쳤다. 참좋은여행도 4100만원에서 지난해 2300만원으로 44% 줄었다.
레드캡투어는 51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감소 폭이 가장 적었다. 렌터카사업이 여행업의 부진을 메우면서 감소 폭을 줄였다. 여행사의 급여 감소는 모두 코로나19 장기화가 만든 유·무급휴직의 결과물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3~5월 유급휴직을, 6~11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는 무급휴직을 단행했으며,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급여 0원' 상태로 무급휴직 상태다. 급기야는 올해 초부터 진행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직원 상당수가 퇴직 절차를 마쳤다. 남은 직원들도 고용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모두투어는 최근 자회사 '자유투어' 매각을 결정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백신여권 도입, 트래블버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여행사들 역시 해외여행 재개에 대비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지울 길 없다.
A씨는 "여행업은 IT업체 등과 사정이 정반대다. 업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젊은 직원들은 금융권이나 유통, IT업체로 속속 옮겨가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이 연속되면 업계 전문성,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 뻔하다. 이대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