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바이든표 대북(對北)정책'의 마지막 검토 단계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를 시작으로 순항미사일(21일), 탄도미사일(25일)로 도발에 나섰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량계획을 밝힌 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순항미사일, 핵탑재 가능한 신형 미사일로 업그레이드 됐나?
앞서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거리가 짧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사항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톤 조절에 나섰다. 미 고위 당국자도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다양한 무기 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은 통상적인 연습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 대북정책 공개를 앞두고 북한의 '의중 떠보기'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는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도미사일과 달리 보통 대외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 만큼 합의를 통해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순항미사일은 일반 항공기와 같이 일정한 고도를 일정한 속도로 비행하면서 목표에 도달한다. 정밀 타격은 가능하지만, 크기와 구조상에서 위력이 약하다.
북한이 당 대회 직후 이를 연이어 시험 발사해 성능 개량을 해나가고 있어 이른바 '순한미사일'로 불리는 순항미사일도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탄도미사일,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인가?
이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경우도 기존 것에서 업그레이드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 29일 강원 원산에서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오늘 발사는 일단 발사거리와 고도라는 점에서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보다는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이나 초대형방사포일 가능성이 높다"며 "소위 신형단거리전술무기 3종 세트라고 불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초대형방사포 중 한 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또는 19-1 SRBM)는 사정거리가 420~450㎞에서 최대 600㎞다. 이번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약 450㎞, 고도는 약 60㎞로 나타난 만큼 사거리로 보면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크다.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테킴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술지대지미사일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특성을 보인다. 만약 이번 미사일이 이스칸데르나 전술지대지미사일이라면 발사 간격이 20분에 달해 발사관 성능 등이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정부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미사일 정체 파악에 나섰다. NSC 상임위는 이번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놓지는 않았다. NSC 상임위원들은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발사 배경·의도 등을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세부 제원 등에 대해서는 한미 국방·정보 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사일 제원과 관련해서는 한미 정보판단 결과를 토대로 추후 합참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미 양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1월 예고한 수중·지상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진짜 개발됐나?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열린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공개한 무기를 시험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중이고, 핵 장거리 타격능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SLBM)를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인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언급했다"며 "수중·지상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며 핵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체를 도입하고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화성포' 계열의 중거리(MRBM), 대륙간탄도로케트(ICBM)들과 '북극성' 계열의 수중(SLBM) 및 지상발사탄도로케트들이 우리 식으로 탄생한 것은 핵보유국으로서 우리의 지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표상을 주고, 완전무결한 핵방패를 구축했으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억제력을 굳혀나갈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핵잠수함도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신형 3000톤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데, 이에 더해 핵잠수함도 설계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극초음속 활동비행체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극초음속이란 보통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속도가 빨라 요격도 어렵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등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북한도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활동비행체의 경우 최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핵무기 업그레이드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몇몇 새로 발견된 차량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니 진짜인지 겉모습만 바꾼 건지(VISMOD: visual modification)인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전차가 나왔다고 하던데, 진짜 새 전차인지 헌 전차를 새것처럼 보이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