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가 본격 진행되면서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회계업계가 최근 회계품질 개선에 나서면서 감사를 더욱 강하게 진행 중이어서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11개사가 현재 거래 정지 중이다. 그중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거래 정지 기업은 7개사다. 또 감사의견 거절이나 한정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거나 거래 정지가 연장된 코스닥 상장사는 22일 이후로만 38개사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신외감법 도입과 동시에 감사 보수가 인상되면서 회계 업계 내부에서 회계품질을 높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로 인해 회계법인들이 더 꼼꼼히 사업보고서를 확인하는 추세”라면서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도 더 높아진 점도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2일 ‘의견거절’ 감사의견이 공시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세우글로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세우글로벌의 경우, 외부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은 “재무제표 작성 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의 재무상태표 등이 적절히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분식회계 가능성을 함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진 않지만 흑자를 이어오고 있었던 만큼 투자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에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의 깐깐해진 감사업무 사례”라고 했다.
상장법인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재무상태를 평가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대부분 3월 중 주총이 예정돼 있는 만큼 감사보고서 제출은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50여개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상장폐지 우려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상장사 50여곳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8개, 코스닥 32개, 코넥스 10개 등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 상장폐지 사유발생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유가증권 상장기업은 7개사, 코스닥 상장기업은 44개사에 달한다. 특히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거래가 정지 중인 코스닥 기업은 39개다. 또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린 코스닥 상장사 중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은 26개사로 나타났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상장폐지 우려가 높은 기업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일부 상장사들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며 “장기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테마주와 같은 종목들 역시 기업환경과 무관하게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최근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성안의 경우 이재명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락을 이어오다 거래 정지된 만큼 투자자들은 반드시 기업에 대한 재무구조와 사업 전망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