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의 대명사가 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여러 차례에 걸친 중앙노사협의회를 통해 △PS 산정기준 개선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 지급 △사내 복지 포인트 300만 포인트 지급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공개해줄 수 있냐던 직원의 물음은 결국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기존의 기준을 타파하고 ‘영업이익의 10%’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비롯해 IT·게임업계 등 전반적인 산업계로 성과급 이슈가 확산됐다.
성과급 이슈는 기업 내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노동조합 세력이 늘어나고, 새로운 노동조합이 생겨나는 등 실제 행동으로 표출되는 양상에까지 이르렀다.
MZ세대의 ‘성과급 논쟁’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투명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요구한다.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더 좋은데 왜 성과급은 오르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등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공론화’된 적이 없었던 성과급과 관련한 불만이 마치 돌림노래처럼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원인은 일명 ‘MZ세대’와 관련이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불만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문화가 형성된 게 성과급을 포함한 이번 임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980년대~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아울러 칭하는 MZ세대가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기업들은 회장이나 대표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진화에 나섰고, 성과급 논란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추세다.
그러나 게임업계를 필두로 임금인상 바람이 불면서 성과급 논란은 ‘임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임업계는 연봉 인상안을 잇달아 발표했고, 연봉 인상을 발표한 기업들은 최소 80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직원 임금을 인상했다.
지난 18일에는 LG전자 노·사가 올해 9% 임금인상에 합의하며 임금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LG전자의 임금상승률 9%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던 2011년(9%)과 같은 수준이다.
2011년 이후를 놓고 봐도 9%의 임금상승률은 올해가 처음으로, 매년 4% 안팎이었던 최근 3년과 비교하면 인상률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날 LG디스플레이도 연봉을 평균 6.5~7%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임금·단체협약협상(임단협)을 앞둔 기업들은 ‘폭풍전야’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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