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이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5년 만에 열린 제5차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두고 온도 차만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이 연일 담화문을 내며 한반도 정세에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면서 문 대통령의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은 북·미 간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외교·안보 두 수장이 취임 후 우선적으로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님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양국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2 장관회담’을 열고 한·미 동맹 및 한·미·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성명문에서는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빼며 미국 측이 한 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2+2 회의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합의와 관련해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현 단계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블링컨 장관은 “포괄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한국 언론인과의 화상 라운드테이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놓고 고려 중”이라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회담에 앞서 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최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