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상승 출발. [사진=연합]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시장 저평가)라는 불명예를 안아온 국내 증시가 코로나19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불안한 남북관계와 높은 대(對)중국 수출의존도, 재벌중심의 기업구조 등으로 평가절하를 받았으나 서서히 그림자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과열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올해 들어 이어진 장기간 조정으로 우려는 해소된 모습이다. 오히려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되면서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조정 장세를 매도가 아닌 매수 구간으로 추천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대우를 받기에 충분한 체력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의 조정으로 지난 10일 13.65배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증시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PER도 상승하는 추세다. 코스피 PER은 시가총액을 상장사들의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특히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시총을 향후 4개 분기의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로 나눈 값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 상향에도 불구하고 연초 주가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 PER이 크게 상승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증시 하락으로 PER도 하락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일정 부분 완화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간 코스피 지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평가와 과열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PER 기준으로 보면 14배는 역사적으로 상단 부분에 위치해 있다는 게 이유다. 결코 우리나라 주식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싸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PER로만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선진국과의 차이가 크고 경제규모가 엇비슷한 대만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12개월 선행 PER이 22배 수준이며, 일본도 22배까지 올라와 있다. 또 대만도 13~15배 사이에서 유지되던 PER이 18배까지 상승한 상태다. 14배 수준인 우리나라보다도 월등히 높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평가지표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한국 증시의 평가가치는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14일 현재 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PER은 15.4배로 미국(23.7배), 일본(23.6배), 중국(16.4배), 독일(16.3배) 등보다 낮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4일은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3149포인트를 기록했던 때다. 주가가 조정으로 100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현재는 평가가치가 더욱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와 신성장 산업으로의 재구성, 주주친화정책 강화, 그리고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관심 확대로 최근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일부 해소되고 있다”면서 “어떠한 이슈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 해도 하락폭이 예상보다 줄어든다면 이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해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