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대한민국] ③ 성형, 팬데믹에도 '줌 붐'으로 대호황?

2021-03-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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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도 성형 수술 업계는 호황···'줌 붐(Zoom Boom)' 일어나

재택 근무 등으로 수술 회복 기간 확보하고 마스크로 얼굴 가릴 수 있어

성형 수술 이유로 코로나 검사 거부···때로는 방역 방해하는 복병 되기도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한민국 사회·경제의 모습을 180도 바꿨다. 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연재를 통해 조망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줌 붐(Zoom Boom)'.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화상회의가 일상이 되자 자연스레 본인 얼굴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줌 붐'은 대표적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이용하는 동안 본인 얼굴에서 단점을 찾아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황을 겪는 동안 성형외과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성형외과‧피부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씩 증가했다.

성형외과가 모여있는 서울 강남권의 병원 수는 더 늘었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쿠시맨앤드웨이크필드는 지난해 하반기에 강남역 인근 병원 수가 상반기보다 각각 0.3% 늘어난 반면 학원은 0.2%, 주점은 0.1%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청담역 인근도 병원 수가 0.6% 늘었지만 명품(0.2%), 패션(0.7%) 관련 점포 수는 줄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성형수술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의료관광객이 줄었음에도 성형외과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국내 성형수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에서 회복 기간을 확보하거나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을 가릴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한 성형외과가 성인 남녀 2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중 성형 수술 또는 시술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스크 착용’(37.8%, 복수 응답)이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22%), ‘재택근무’(18.1%), ‘주변에 하는 사람이 늘어서’(11%), ‘평소보다 외모에 신경 쓰여서’(11%) 등을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이유로 꼽았다.

성형수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위기를 성형수술 기회로 삼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누리꾼들은 “지금이 기회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더 하기 힘들다”, “이참에 집에만 있을 때 성형 수술해서 붓기를 뺄 생각이다”, “마스크 쓰는 김에 해버리자는 생각이 든다” 등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성형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현상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고 성형외과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성형업계 호황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영국 미의학 성형외과 협회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의사들에게 들어온 화상 상담 요청이 평소보다 최대 70%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성형외과학회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화상 상담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의사들이 64%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형 수술은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경남 합천군 공무원 2명이 보건소 간이 수술실에서 소속 공중보건의에게 성형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다. 해당 공중보건의는 1명에게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 다른 1명에게는 쌍꺼풀 수술을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업무상 횡령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4월에는 밀접접촉자임에도 성형수술을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한 사건이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서울 강남구 한 유흥업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117명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했고 이 중 종사자 7명이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했다. 5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나머지 2명은 “최근 성형수술을 받아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형수술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해당 백신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만든 제품이다. 미국 매체 ABC에 따르면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는 모더나 백신 긴급 사용 승인 당시 코로나19 백신이 성형수술 부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에 따르면 3만명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볼과 입술에 필러를 주입한 사람 3명이 붓기와 염증 등 부작용을 호소했다. 이들은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투여받고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에모리 클리닉에서 알레르기와 면역학을 연구하는 메린 카란가라 박사는 “필러를 투여하는 빈도와 실험 결과를 감안하면 백신 접종을 막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성형수술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부 성형외과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지역 화폐 가맹점’ 등을 광고 문구로 내세웠다.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해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성형수술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속속 올라왔었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는 “긴급재난지원금이 그 취지에 맞게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제대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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