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공동성명서에 中 빠졌지만...韓美 온도차 재확인·꼬이는 文 평화프로세스

2021-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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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 '2+2' 공동성명...한·미·일 3국 협력 중요 재확인

미국 '중국', '비핵화' 언급 피하며 한미접점...美기자회견 통해선 대중압박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사진 = 연합뉴스 ]


11년 만의 외교·국방 '2+2' 장관회담에서 양국은 강화된 한·미동맹에 합의를 이뤘다. 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성명에는 '중국', '북한 비핵화' 등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표현은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을 위해 대중견제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연계 협력에 합의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의 양보로 한·미동맹이 접점을 찾는 듯 보이지만, 양국의 입장차도 드러났다며 전략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외교적 묘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2+2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한·미 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며 "동맹의 억제 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연합훈련·연습을 통해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 합동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라며 "양국 장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단 '중국', '북한 비핵화' 등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표현은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앞서 일본에서 중국의 불법 행위와 위구르 지역의 인권 상황 등을 언급하며 대중 견제안을 공개한 미국은 우리 정부에도 강도 높은 중국견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한·미 간 인식차...중장기 동맹 발전에 악영향 우려

공동성명에서는 미국 측이 한발 양보했지만 한·미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양국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겨왔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반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과 안보, 번영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에는 중국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사실상 회의를 통해서는 강력한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링컨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 공동성명보다 미국의 입장을 더 잘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공동성명은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해선 한국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는데 미국 속마음은 미·일 공동성명에 더 잘 드러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이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쿼드(Quad) 논의와 관련된 질문에도, "(쿼드에서 다루는) 여러 현안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도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포함한 역내 소그룹을 통해 이들 현안에 대응하는 게 매우 유익하다고 평가한다"며 한국의 쿼드 플러스 가입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정 장관은 "쿼드 가입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겉으로는 튼튼해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협에 대한 문제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한·미 간 이런 공동 위협에 대한 인식차가 중장기적으로 동맹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한국 정부가 일단 1차적 고비를 넘겼지만,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이건 숙제를 미뤄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압박 커질 것..."간극 조율하는 외교 필요"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는 물론 경제 문제까지 대중견제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내년 한·중 수교 30년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한·중 협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7일 '2021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위해 한·중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2'회의를 앞두고 미국 측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협력 의사를 열어놓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기타 핵심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 정책 검토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원론적인 설명을 했을 뿐, 북·미 싱가포르 합의 계승 여부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의 전략에 대해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게 아니고 한국의 국익과 가치를 미·중과 조율해나간다는 큰 틀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원칙, 가치, 국익이 정의되지 않으면 양측 모두로부터 압박받고 갈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택한다기보다는 우리 원칙, 국익, 가치가 뭔지 정의하고 정책적 간극을 조율해나가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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