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얀마 군부 쿠데타] 고국 향한 유학생들의 민주화 '눈물'

2021-03-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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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3월, 군부의 탄압 수위는 점점 더...민간인 사상자 수 천명 유학생들, "군부 쿠데타 반대, 시민 불복종 운동과 국제 사회 지지 호소"

미얀마 만달레이시에서 시위대가 군부의 탄압에 맞서고 있다. 미얀마 현지는 최근 군부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염원과 함께 점점 늘어나고 있다.[사진= 미얀마 현지와 교류중인 유학생 제보]

2021년 2월 1일 새벽, 장갑차가 미얀마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미얀마 군부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짓밟는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53년 만에 찾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5년 만에 또다시 어둠에 갇혔다.

쿠데타가 발생한 2월, 세계 각국의 우려와 경고 속에 미얀마 군부를 향한 시위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3월, 뜨겁게 달궈진 군부의 총부리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조준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사상자가 나왔고, 부상자와 수감자는 수천 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시민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의 발포에 의해 어제(14일) 하루만 38명이 사망했고, 현재까지 1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쿠데타가 발생한 2월, 세계 각국의 우려와 경고 속에 미얀마 군부를 향한 시위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3월, 뜨겁게 달궈진 군부의 총부리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조준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사상자가 나왔고, 부상자와 수감자는 수천 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시민들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 7년 차에 접어든 미얀마 출신 유학생 칸진(29세, 남) 씨는 현지의 지인들과 소통한 현지 상황을 국내에 전하고 있다.
 
칸진은 "3월이 되자마자,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무력시위는 결국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 대한 불법 체포와 폭행, 등을 일삼으며 날로 잔인함이 더해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남동생과 부모님이 미얀마 현지에서 시위대에 가담하고 있어 늘 걱정이라는 NYEIN PYAE SONE (네잉빼잉 송, 27세, 여) 씨는 "남동생과 아빠, 엄마가 시위에 참가하고 있어, 현장 소식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스럽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도 아직은 가족들은 무사하지만, 주변 사람들 중에 체포됐거나, 희생당하신 분들이 많다. 남동생과 같이 시위하던 동료가 머리에 총을 맞아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현재는 대규모 시위는 못하고, 골목, 구역을 나눠서 소규모 시위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이 보호 장비 하나 없이 거의 맨몸으로 나서다시피하고 있다. 사망한 청년도 날아오는 총탄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책가방에 도마나 책을 넣고 다녔는데, 결국 사망했다. 그리고 그 학생의 피 묻은 책가방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네잉빼잉 송은 "남동생이 시위에 나서기 전, 자신이 착용한 보호장구를 보여줬는데, 너무 허술했지만 가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시위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가 멈추어버리면, 민주화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 지금까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 본국의 아픔을 알기에, 우리도 해외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본국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 수도권, 부산 등 전국에서 전개되는 ‘미얀마 민주화 지지 운동’
 

부산 거주 미얀마 유학생과 근로자들이 매주 일요일 부산역에서 군부 반대와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부산 거주 미얀마 유학생 Naw Dar Blu Paw ]

현재, 국내에는 미얀마 출신, 유학생, 근로자 등이 전국에 2만 5천~3만여 명이 체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수도권이 절반을 차지한다. 미얀마의 양곤시와 자매결연 도시를 체결한 부산에도 유학생과 근로자들이 상당수 체류하고 있다.

한국 거주 미얀마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군부 쿠데타 반대와 정부, 지자체의 지지 유도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부산 거주 유학생과 근로자들은 매주 일요일 부산역에서 하루 두 차례씩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당성과 국제 사회 지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KHIN NYEIN SINT (킨네잉신 28세, 여) 씨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유학생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쿠데타 발생 당시에는 학교 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유동 인구가 많이 없어, 부산역으로 옮겨서, 매주 집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학생 연합은 부산 시민들에게 호소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할 서한을 준비 중에 있다.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정부의 미얀마 군부 반대와 더불어 이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표현과 미얀마 현지와 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대한 지지, 그리고 이 운동을 위한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해외 민주운동가들의 인권 보호를 요청했다.

킨네잉신은 "한국에 거주하면서 미얀마 시민불복종 운동 모금에 적극적인 민주화 운동가 2명에 대해, 미얀마 군부가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호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그리고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세력과 협조 관계에 있는 장군 및 고위 장성들에게 제재와 미얀마 정부와 관련된 모든 지원과 투자를 중단하고, 외교채널을 군부가 아닌 CRPH로 교체하여 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미얀마 쿠데타 군부와 연관된 한국 기업들이 군부를 돕지 않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건설에 협력할 수 있도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한국 정부는 2020년 8월까지 미얀마에 미화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미얀마에 투자한 국가 중 여섯 번째 큰 규모이다.

이들 학생회에 따르면 이 자본이 군부가 운영하는 MEHL과 MEC라는 거대 기업에게 들어간다. 사실, 이 자본들이 미얀마 군부 권력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정치적 권력과 함께, 세계 각국의 거대 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군재벌'로 군림하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이렇기에 이들 미얀마 학생회는 정부에게 해당 기업들의 협력을 규제하고, 중단을 정중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킨네잉신은 "미얀마가 겪고 있는 역사의 분기점에서 대한민국은 미얀마의 민주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이다. 국가의 힘이 국민들에게 다시 가고 미얀마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회복하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미얀마 국내 체류 유학생들, “끝날 때까지 투쟁”

이러한 부산 학생들과 국내 거주 미얀마 국민들의 바람으로 한국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미얀마 군, 경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얀마 측과의 국방, 치안, 개발협력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고 군용물자 수출을 불허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정부는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이 미얀마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에 이어, 부산시의회에서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규탄하고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47명의 시 의원들이 발의하고,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과 협력을 약속했다.

부산 거주 미얀마 유학생 3명과 부산시의회 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미얀마 현지 및 국내 집회를 지지, 지원하기로 했다.[사진=박신혜기자]

이정화 부산시의원은 "부산도 민주화 운동의 도시였고, 미얀마 사태가 남일 같지 않아 미얀마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결의안을 준비했다.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탄압 중단, 미얀마 현지 한국 국민들의 안전 보장, 그리고 오랫동안 군부의 탄압으로 희생된 숭고한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미얀마 시민의 안전과 인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엔 등 국제 사회가 연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노기섭 부산시의원도 "미얀마 군부에 의해 희생된 시민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80년대 후반에 가톨릭 센터에서 광주 사태 관련 사진전을 접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너무 충격적이었다. 지금, 미얀마 현지의 모습은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군부 시절을 겪었고,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 과정 끝에 우리는 민주화를 만들어 냈다. 미얀마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최대한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민성 부산시의원도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희생이 없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주민 인권 포럼,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으로서 매주 일요일 부산역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부산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지지해달라"고 하면서, "4월 7일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에게도 시민불복종 운동을 적극 지지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 그리고 국민들과 부산 시민들에게 지금의 사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칸진, 네잉빼잉송, 킨네잉신은 "지난 53년 동안 군부 아래서 있었기에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다. 민주화가 다지기도 전에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러한 쿠데타는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 우리 후손들은 진정한 민주국가에서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미얀마 유학생들은 지난 12일 미얀마 사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부산시의회 3명의 시의원들과 함께,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국제 사회 지지를 호소하는 '세 손가락 경례'로 미얀마 민주화의 봄이 다시 찾아오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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