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 부회장의 기소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이다.
◆변호인단 “기소 자체가 억지”··· 프로포폴 투약 의혹도
검찰은 이 부회장이 최소의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불법 행위가 벌어졌다고 본다. 지난해 9월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그룹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0월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다. 재판장은 박정제 부장판사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는 주심은 박사랑 부장판사가 맡는다. 준비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이 부회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우선 기소 자체가 억지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첫 번째 준비기일에서 “통상적 경영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요청을 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그동안 기아차 파업 업무방해 혐의 사건 등 수사심의위가 검토한 8건의 결과를 모두 존중하고 따랐던 검찰이 유독 이번 사건에만 기소를 강행했다”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프로포폴 투약 의혹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11일은 이 부회장이 소집 요청한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관할 검찰시민위원회는 고등검찰청 산하 검찰청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15명을 뽑아 부의심의위원회를 꾸려 해당 안건이 수사심의위 심의대상인지 판단한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20대 남성 김모씨가 간호조무사인 전 연인이 이 부회장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됐다. 김씨는 해당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뉴스타파'에 폭로했다. 권익위는 이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김씨는 이 부회장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상속세 납부 부담··· 불투명한 삼성전자 투자 계획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인해 납부해야 할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도 이 부회장을 짓누르는 요소다. 삼성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총 11조366억원에 이른다. 올해 약 2조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연부연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4년째 무보수로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한 터라, 현재 융통할 수 있는 현금 보유분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식 보유분을 바탕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은 최근 대리인을 통해 복수의 금융기관에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해마다 고액 배당 소득이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융통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정규 배당금을 9조6000억원에서 향후 3년간 9조8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오너의 상속세 부담과 배당금 확대는 무관하다”면서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그동안 수집해온 미술품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삼성 리움미술관이 개관을 준비하는 등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소장에 의지가 큰 터라,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으로선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가 삼성전자의 향후 경영 전략이다. 2019년 의욕적으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수감된 상태라 ‘옥중 경영’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 대규모 파운드리 증설 계획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기습 한파로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정전 상태에 처해, 재가동에만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투자돼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초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만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로 총 58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회견까지 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했지만, 결국 그는 올해 또다시 법정으로 향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