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단(특수본)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를 주도하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투자와 구분해 투기 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투기 연루자 13명에 대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압수수색은 전날 경남 진주 LH 본사와 직원 13명 자택 등에서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돈 문제가 중심에 있는 사건은 차명거래 수사가 기본"이라며 "휴대전화 통화 내용과 내부 메신저 등을 분석해 피의자들이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샀는지와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남구준 본부장이 이끌며, 경찰을 비롯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에서 전문인력 지원을 받는다. 국세청은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 때도 큰 역할을 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법원 영장 없이도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경찰이 이번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지가 관건이다. 투기 목적을 입증하기 위해선 자금 조성과 부동산 거래 경위, 시세 변동 폭, 자금 운용 과도성 등이 입증돼야 한다.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활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야 한다. 앞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남 목포시 부동산 투기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등)로 재판받을 당시, 법원은 손 의원이 취득한 '도시재생 사업 계획' 자료가 비밀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력했다.
경찰도 이런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성과를 보이겠다는 각오다. 특히 차명계좌를 통한 부동산 거래는 그동안 정부가 실시해온 부동산 실거래 조사에서도 적발될 경우 과태료 등이 부과된 만큼 이번 수사에서는 더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압수수색을 통해 토지 개발 관련 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대검찰청이 합류한 특수본은 국수본, 시·도경찰청,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인력 770명이 움직인다. 내부에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별로 개발 중인 부동산 정책 관련 투기 의심 지역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 정부나 정치권 고위공직자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첩보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얼마 안 돼 취급하는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