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호사카 유지 "도쿄올림픽, 北 최고위급 초청···남북미일 4자 정상회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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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北 고위급 인사 참여, 불가능한 것 없어"

"한·미·일 3국 모두 北과 관계 개선 원해 이해관계 일치"

"日스가 정권, 극우파에 발목잡혀 對韓 강경 기조 유지"

"文정부, '對日 투트랙 기조' 유지 어려워...입장 정해야"

"위안부 문제 대한 국민적 합의 없어...韓 정부 나서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박경은 기자] "북한의 평화적 체제 안정은 대한민국과 미국·일본·중국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공통된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가 올해 7월 개막을 앞둔 일본 도쿄(東京)올림픽 계기로 남·북·미·일 4자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지난 2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지난해 10월 방한하고 그 답례로 같은 해 11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방일한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 한·일이 합의한 부분이 서로 협력해 도쿄올림픽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도쿄올림픽에 초청해 남·북·미·일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호사카 교수는 1년 2개월가량 임기가 남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개최될 수 있다고 점쳤다. 다음은 호사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2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주변 4강, 北 평화에 모두 이해관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일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역설했다.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북한에 호소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까지 가세해 한·미·일 3국이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가동됐다고 본다. 일단 지난해 11월 김진표 회장이 일본에 갔을 때 스가 총리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일본도 북한과의 수교를 원하는 등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스가 총리도 '김 위원장과 무조건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다. 일본 정권은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아베 정권도 스가 정권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공약 실현 실패에 따른) 국내 지지율 문제도(신경 써야 한다). 한·미·일 3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인 셈이다."

-남·북·미·일 4자 회담 개최 관련, 중국이 견제구를 던지지 않을까.

"물론 중국이 견제하겠지만, 크게 반대하고 나설 명분은 없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인데 이게 해결되면 중국에도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선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문제 등으로 혹시 잘못돼 붕괴될 경우 북한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평화적 체제 안정이 중국·미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대한민국의 공통된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 행정부를 잘 설득해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는 이른바 '재팬스쿨'이 많다. 바이든 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일본 중심의 아시아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도록 한국이 잘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가 정권 지지율, 한·일 관계 걸림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와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일본 국내 사정이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 돼 쉽지 않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에는 통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일본 극우 인사들은 한국이 중국 편이라고 얘기하며 '반중(反中) 포위망'으로 알려진 '쿼드(QUAD·비공식 안보회의체)'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 편이 아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입장이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스가 정권 기반은 일본 국내에서 친중·친한파로 대단히 유명한 니카이파(二階派)다. 스가 정권 역시 기본적으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으로 한국과 입장이 똑같다. 그러나 자민당 극우세력이 스가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스가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현재 35%까지 내려가서 극우파 지지마저 사라지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즉 스가 정권이 한국에 유화적으로 움직이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스가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등이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접견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내 극우 세력에 발목을 잡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가 정권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방향성은 잡았다. 먼저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라는 대단한 친한(親韓)파를 주한 일본대사로 보냈다. 제가 그분을 아는데 굉장한 친한파다. 부인도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일본 안에서는 극우파 반대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강 대사와 모테기 외상 간 면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보시 대사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 간 면담이 먼저 이뤄지면 일본 정부도 강 대사를 면담할 것이다. 결국 명분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나.

"바이든 정권이 한·일 양국 모두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벌어진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논문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끔찍한 인권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그건 일본 쪽의 양보를 촉구하는 말이다. 그러나 스가 정권으로서는 일본 정부가 먼저 양보한 것으로 국민에게 보이면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운신의 폭이 좁은 셈이다. 다만 아베 정권처럼 '한국이 나쁘다'고는 얘기하지 않는다. '한국 쪽에서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수준에서 그친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번에도 바이든 정부의 압박을 계기로 양국 간 모종의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어떤 합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2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투트랙 유지 어려워...文, 입장 정해야"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기조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많다.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대해 유화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 스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바뀌었다. 아베 정권은 극우 세력으로부터 태어난 정권이기 때문에 한국이 뭘 해도 안 됐다. 그러나 스가 정권은 극우 세력이 아니며, 스가 정권 지지자들 중에 극우파만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스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문 대통령 태도가 왔다갔다한다고들 보도한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오히려 문 대통령 태도가 일관돼있다고 정확하게 보고 있다. 일본 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일본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일본 쪽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스가 정권이 외교 전략의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전략은 '투트랙 기조(역사·현안 분리)'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일본만 받아들이면 투트랙 기조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판 문제로 역사와 현안이 겹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이라는 역사 문제가 현안이 돼버린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역사 문제와 현안을 분리한다는 게 대단히 어려워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등 정확히 내놓은 입장이 아직 없다. 관련 입장을 빨리 정리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 임기가 약 1년 2개월 남았는데 그 사이 한·일 양자회담이 가능할까.

"(양자회담을 위한) 계기가 아마 여럿 있을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가 캔슬(취소)된다면 스가 정권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져서 자민당 안에서의 총리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후 온건보수파인 스가 총리 라인에서 총리가 재선출되면 한·일 정상 간 대화의 씨앗은 계속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또다시 극우파에서 총리가 선출되면 한·일 관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위안부 문제, 국민적 합의 없어...정부 나서야"

-저서 집필, 방송 출연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제 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한·일 관계 개선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중국·러시아라는 대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껴있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초강대국들의 횡포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경제 협력을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화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일본이 잘못된 과거에 대해서 인정해야 한다. 특히 학술적인 부분에서 일본 극우파 논리를 완전히 극복해야 한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집회에도 일본 극우 쪽 논리와 똑같은 주장을 하는 국내 친일파들이 찾아와 폭언을 퍼붓는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이 대중적으로 분명히 알려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계속해 돌아가시니까 남는 것은 정확한 역사인식과 사실에 입각한 팩트뿐이다." 

-'램지어 논문 사태'에 대해선 어떻게 보셨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독도 문제는 상당히 성공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이 어떤 주장을 해도 한국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많이들 모르고 있고 '한국 내 친일파들이 하는 얘기가 맞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실체를 모르는 것이다. 그건 한국이라는 나라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 시민단체가 다한 것 아니냐. 위안부 문제도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내용을 일본과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교양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시민단체 비리도 막을 수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지난 2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누구인가 

1956년 2월 26일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5년 고려대 대학원에 입학해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3년 귀화한 뒤 독도 영유권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부터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을 맡아왔다. 2014년부터는 세종대 교양학부(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로 일하며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는 없다>, <독도, 1500년의 역사> 등 19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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