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작년 글로벌 반도체 빅3 경쟁에서 대만의 TSMC가 영업이익 면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왕년의 제왕’ 인텔도 2위의 수익성을 자랑한 반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도 선방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3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TSMC의 급부상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 확산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첨단 맞춤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스템 반도체 업체의 위상은 날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TSMC와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각각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라인(팹16) 외부 모습. [사진=TSMC 트위터]
특히 삼성전자는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근 약 3년 간 오너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TSMC의 영업이익은 날로 상승했다. 2018년엔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그쳤지만, 작년 20조원을 넘어서면서 불과 3년 만에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무려 42.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1000만원어치를 팔면 400만원 이상의 이익이 남겼다는 뜻이다.
삼성에겐 ‘잃어버린 3년’의 기간 동안 대만 TSMC는 한발 앞선 투자에 나섰고, 그에 발맞춰 파운드리 기술력도 수직 상승했다. TSMC의 2019년과 2020년 투자액은 삼성의 3배에 달했다. 그에 따라 2019년에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중 최고 수준 제품을 생산했고, 2020년 들어 5 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해오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3나노미터 제품 생산을 위해 대만에서 공장 건설이 한창이며, 오는 2022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존하는 기술력의 극한으로 여겨지는 2나노미터 공정도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공장 부지를 확정한 뒤 연구개발에 대거 인력이 투입된 상태다.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2030년까지 R&D(연구 개발)와 생산 시설에 총 133조원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투자 목표액은 약 12조원, 연평균 11조원이다.
TSMC도 올해 투자 목표액을 공개했다. 무려 최대 31조원으로 삼성의 2.5배다.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액(Capex)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172억 달러는 물론 전문가들이 올해 예측한 설비투자액 추정치(190억∼200억달러)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업계는 올해 ‘슈퍼 사이클’이 예상되는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하는 한편 삼성과 벌이는 경쟁에서 압도적 차이를 내겠다는 TSMC의 전략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TSMC의 주요한 팹리스 고객인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TSMC도 올해 설비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에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5나노 이하 공정 수행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TSMC는 오는 2029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5나노미터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각오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올해 역대급 투자를 결정한 것은 최근 급증한 파운드리 수요에 대비함과 동시에 삼성전자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벌이고 있는 기술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