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원·달러 환율이 큰 폭의 널뛰기를 반복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출에 회복 시그널이 만연한 상황이지만, 이로 인해 큰 폭의 영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율 변동성 확대가 대규모 환차손으로 이어지는 순서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단가 산정을 비롯한 장·단기적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수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환율 변동성 올라가면, 수출 기업엔 불리
규모가 작은 업체라면 더 치명적이다.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할 만한 자구안이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다. 중기의 경우 수출단가 조정, 원가절감, 대금결제일 조정 등으로 환율 대응에 나서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는 높은 단기 변동성에 대응하기엔 적절치 않다. 이 경우, 특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으로 남는 금액보다 결과적으로 환차손으로 인한 피해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해외 건설 공사 수주 등의 경우라면 특히 더욱 그렇다. 기업이 다양한 결정을 보류 또는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순히 특정 시점의 환율로 수출입 단가를 산정했을 경우에도 직격타가 될 수 있다. 환율의 갑작스런 등락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단가 산정 시 영업 손익은 물론 환율 동향과 전망 등을 고루 감안해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 환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업체 대표는 “최근의 전체적인 동향(강달러) 자체는 수출업체들에 우호적이라 큰 문제는 아니다”며 “그래도 워낙 일별 변동폭이 크고, 향후 방향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탓에 다양한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급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약달러 전환이 진행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경우, 환율에 평균 10원의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매출에 4000억원 규모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처럼 일별 변동 폭이 큰 상황엔 매 순간 관련 분위기가 뒤바뀌는 셈이다. 반도체, 철강업체들의 경우도 사정은 같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통화 종류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달러화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달러) 단기 변동폭이 높은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피로감도 지속 누적
외환시장의 피로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큰 변동성에 담당 딜러가 급하게 방향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물량을 맡긴 주체들 역시 급등락에 판단력이 저하돼 잘못된 주문을 내놓고, 이에 따른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요동치는 환율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원화 신뢰도를 갉아 먹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 관계자는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환율 동향은 다양한 부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흐름”이라며 “시장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주체의 필요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