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에서 '통합'으로… 정부, 대표 재정수지 변경 속내는

2021-03-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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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실 "통합재정수지, 대표 지표로 사용할 것"

관리재정수지, 재정총괄표에서도 빠져…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국가의 살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재정 적자 규모를 축소하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재정준칙에서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한 데 이어 관리 대상 수지로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차감해 계산한다. 나라 별로 재정 상태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하면 재정 상황이 왜곡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통합재정수지에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도 포함되는데 이런 사회보장성 기금 수입은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지출로 사용된다. 때문에 당해 연도의 재정활동 결과로 보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은 고도성장기에는 기금의 수입이 지출을 월등하게 뛰어넘었기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만 봐서는 재정운용 목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를 도입해 대표 지표로 관리해왔다.

기재부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재정준칙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준칙을 통합재정수지 -3% 이내, 국가채무비율은 6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어 12월 국회 예산안 의결 자료에서는 재정총괄표에 통합재정수지만 표기했다. 지난 2일 추가경정예산안 재정총괄표에서도 통합재정수지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 브리핑에서 "고도성장기에는 사회보장성 기금을 관리할 필요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재정 상황이 바뀌었다"며 "대표적인 재정수지의 기준을 바꿀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정부는 통합재정수지를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국제적으로도 통합재정수지가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표 수지를 바꾸겠다는 기재부의 방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국이 관리재정수지라는 독특한 지표를 도입한 것은 연금에서 나오는 흑자가 원인인데, 사회보장성 기금은 아직까지 흑자를 내고 있어 대표 지표를 바꾸는 이유로는 명분이 약하다.

실제로 추경 정부안을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는 126조원 적자로, GDP 대비 적자비율은 -6.3%인 반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89조6000억원, 적자비율은 -4.5%로 비교적 나은 편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지가 통합재정수지인 것은 맞지만, 국민들에게 나라의 재정 상태를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관리재정수지가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정부가 확장 재정과 코로나19 대응 예산 편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지표를 무리하게 바꾸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연금 적자가 늘어나 통합재정수지가 관리재정수지보다 악화하면 다시 관리재정수지를 대표 지표로 삼을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관리재정수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재정적자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통합재정수지로 지표를 바꾼다면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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