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모리카와(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네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5세 이전에 메이저 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모리카와가 유일하다. 모리카와가 우즈처럼 '엘리트 코스'를 걷는 셈이다.
그런 그가 우승 직후 방송 카메라 앞에 모습을 비추었다. 우승 소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잠시 생각에 잠긴 모리카와는 우즈를 언급했다. 그는 "우즈는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는 사고를 당했고, 다행히 무사했다. 빠르게 회복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이던 모리카와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눈물을 훔치는 그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지난 24일(한국시간) 이른 오전 차량(SUV)을 몰고 가던 우즈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내리막길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다. 대회(WGC-워크데이 챔피언십) 이틀 전 아침이었다. 우즈는 허리 부상 이후 재활 중이라 대회에 출전하지 않지만, 다른 선수들은 대회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암운이 드리웠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고, 오로지 연습만 했다.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몇몇 선수는 우즈의 사고를 두고 "우울한 하루"라고 입을 모았다.
대회가 시작됐지만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우즈의 사고 소식으로 신문 가판대가 뒤덮였다. '특급대회'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을 정도였다. 비단 WGC 대회에만 암운이 드리운 것이 아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PGA투어 대회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우즈의 사고 소식에 관해 선수들의 의견을 묻는 인터뷰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모든 인터뷰에는 '힘내라' '고맙다' 의 말이 포함됐다.
다행히 하버-UCLA 메디컬 센터에서 집도한 응급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우즈는 안정을 취하고 나서 같은 주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LA) 시더스 시나이 메디컬센터로 이송됐다. 우즈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우즈 재단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우즈가 지금 회복 중이고, 기분이 좋은 상태다. 우즈와 가족은 지난 며칠간 받은 지지와 메시지에 감사함을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그 결과 붉은색과 검은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WGC 대회에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빅터 호블란드(노르웨이), 교포 이민우, 제이슨 데이(이상 호주), 토니 피나우, 저스틴 토머스, 패트릭 리드, 데이비드 립스키,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 카를로스 오르티즈(멕시코), 세바스티앙 뮤뇨즈(콜롬비아), 욘 람(스페인), 토미 플리트우드(영국) 등이 우즈처럼 입었다.
13년 만에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디를 자처한 그의 남편(마이크 맥기)도 같은 색의 옷을 입었다. 다만, 소렌스탐은 바지가 아닌 치마였다.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는 마셜들이 붉은색과 검은색 옷을 입었다. 모두가 '고마워요. 힘내요, 타이거 우즈'라는 뜻을 담아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일 우즈 재단 트위터에는 그림으로 만든 성명서가 아닌 글이 게재됐다. 사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글을 통해 우즈는 "텔레비전에서 모두가 붉은색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모든 골퍼와 모든 팬은 내가 이 힘든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고 있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