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크는 기업] 대기업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一擧三得

2021-03-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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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과 시너지·착한 기업 이미지·세제 혜택 등 효과 많아

장애인 업무 숙련도 뛰어나...모기업에 활력 불어넣어

“고용 창출은 기본…사회적 가치 확산, 적극 활용해야”

지난해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9%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라리 미이행 부담금을 택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 부담과 업무영역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모회사의 출자지분 50% 이상, 직원의 30%(중증장애인 비율 5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매년 증가세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만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35곳을 본지가 꼼꼼히 살폈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그 이점과 효용성을 공감하길 기대해본다.<편집자 주>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캐논코리아 '엔젤위드', LG디스플레이 '나눔누리', SK이노베이션 '행복키움'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많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업무적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사진=각사 제공]



◆장애인 고용창출은 기본, 적합직무 개발로 ‘꿈’ 찾아
LG전자는 장애인 신입 및 경력 공채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2년 당시만 해도 장애인 고용의무 인원 900여명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업무 특성에 맞는 인재를 직접 고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을 대거 고용하는 방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서 가장 큰 것은 ‘고용 창출’이란 생각에서다. LG전자는 2013년 2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하누리’를 설립하게 된다. 기숙사 관리로 시작된 하누리의 사업 영역은 스팀세차・카페테리아·식기세척·사무관리까지 확대됐다. 장애인 근로자도 처음 60여명에서 2018년 기준 214명으로 늘었다. 장애인 고용률로 따지면 63.1%에 이르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설립 당시만 해도 우려가 많았지만,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적합직무를 개발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훌륭한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했다. 하누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장애인 직원의 만족도 또한 높다고 한다. 특히 스팀세차와 식기 세척 분야는 100% 장애인 직원으로만 구성했는데, 그 업무 숙련도가 상당하다. 스팀세차의 경우 시중 세차장 가격보다 저렴한데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사내에서 LG전자 창원, 구미, 서울센터 직원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스팀세차 직원 중 일부는 나중에 자신만의 세차장을 만드는 것이 꿈인 경우도 많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하누리 측은 정기적으로 직무 교육과 세심한 관리를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하누리는 장애인 직원의 근속과 고용 안정화를 위한 심리 케어 차원에서 장애인 개별 상담프로그램도 정착시켰다.

◆모회사와 업무 안팎으로 시너지 낼 수 있는 장점 많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가장 큰 이점은 모회사와 업무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캐논코리아는 2013년부터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엔젤위드’를 설립해 중증·여성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해 왔다. 통상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기존 모회사의 사업과 별개인 부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엔젤위드는 포토프린터(카트리지), DR-스캐너 생산 및 콜센터 운영을 통해 모회사와 업무를 밀착 지원하고 있다.

효성ITX가 설립한 ‘행복두드리미’도 여타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달리 직원들의 업무를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3년 설립한 효성ITX는 7700여명의 임직원들이 콜센터, IT서비스를 맡고 있는데 특히 ‘감정 노동’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행복두드리미가 설립된 이후 장애인 직원들이 사내 카페와 네일아트실, 헬스키퍼실 등을 운영하면서 임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행복두드리미의 직원 85%가 장애인 근로자로 구성됐지만 이들은 일반보다 더욱 훌륭하게 바리스타 업무, 마사지 업무 등을 척척 해내고 있다. 효성ITX 한 임직원은 “사내 카페가 생긴 것도 좋고 짬짬이 네일아트를 받으면서 일의 활력이 생기곤 한다”면서 “장애인 분들이 업무를 하지만 전혀 부족함을 못 느낄 정도로 업무 숙련도가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게 돼 사회적으로 한 구성원이라는 생각도 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기업은 ‘착한 기업’ 인정받고 세제 혜택도 다양

기업으로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고용 의무 부담도 덜 수 있는 동시에서 사회적으로 ‘착한 기업’이란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행복키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고용은 거스를 수 없는 몫”이라며 “직접 고용도 물론 좋지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보다 다양한 직무를 개발 지원할 수 있고 기업은 세제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을 받으면 기업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초 3년간 법인세와 소득세가 100%, 그 후 2년간 50%가 감면된다. 또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운영하고 있거나 이를 준비 중인 사업장은 작업시설·부대시설·편의시설 등의 비용을 신규 장애인 채용 수에 비례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실시된 ‘공공기관의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를 통해 공공기관(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사세 확장은 물론 장애인 고용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정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환경부 차장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는 경쟁노동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함께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상당히 크다”라며 “모회사는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고, 자회사는 장려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 혜택이 있으니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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