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 외국인 시대… 저숙련·건설업 일자리 '타격'

2021-02-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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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 이하 50% "외국인이 일자리 위협한다"… 실제로 일자리 감소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외국인 유학생 정책 지원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에서는 태국에서 온 젊은이 타완이 멤버십 카드를 사용할 건지 물어보고, 바로 옆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네팔에서 온 라즈가 구슬땀을 흘린다. 외국인 220만명의 시대.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19년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의 약 4.3%에 해당하는 220만명이 외국인이다. 취업자를 기준으로 보면 6.6%를 차지한다. 외국인 중 32.5%(72만명)는 경기도에, 21%(46만6000명)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인구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외국인 인력 수급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저숙련 노동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외국에서 고급 인력을 수급해야 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일자리 위협?··· 중졸 이하 '그렇다'

한국은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다. 지난해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3만3000명의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측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곤두박질쳤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올해는 더 낮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은 고령화로 이어진다. 한국은 결국 생산연령인구는 급감하는데 고령층은 증가해 노년부양비가 급격히 증가할 미래가 예견된 나라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2대 인구 난제는 지방 소멸, 생산연령인구 급감이라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낳았다.

내국인이 빠져나간 지방 중소도시는 외국인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중소 제조업체나 건설현장에서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인력에 기대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외국인 유입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외국인 인력 활용 문제는 정부가 2019년 추진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과제로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실시한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에 위협적 요인'이거나 '경제적 손실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3%, 34%였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31%, 26%를 보였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한국에서 외국인 유입과 그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학력에 따라 달라진다.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에서 중졸 이하 학력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일자리 위협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56.7%(대체로 그렇다 48.7%, 매우 그렇다 8%)에 달했다. 경제적 손실을 봤다는 응답도 46.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해 대졸 이상은 일자리 위협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25.8%,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대답은 25.3%에 그쳤다.
 
외국인 100명 들어오면 저숙련 일자리 26개 사라진다

중졸 이하 저학력자들이 느끼는 위협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이종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간한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로 이민자가 100명 유입됐을 때 저숙련 내국인 취업자 수는 약 2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졸 미만을 저숙련, 고졸 이상을 중숙련,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을 고숙련으로 분류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외국인 이민자가 100명 유입됐을 때 저숙련 내국인 취업자 수는 약 26명 감소했다.

이민자에게 내국인이 내준 일자리의 대부분은 건설업이다. 대다수 업종에서 외국인 유입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건설업에서는 이민으로 인한 대체효과가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명의 이민자가 유입되면 21개의 내국인 건설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직업별로 봤을 때 기능직에서 내국인 일자리 감소가 나타났다. 외국인 100명이 증가했을 때 내국인 기능직 일자리는 약 29개 감소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취약계층은 저숙련·건설업·기능직 일자리 종사자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저숙련 내국인들이 중숙련 이상의 분야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기회를 확대해 숙련 고도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의 직무 전문화 현상을 가져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외국인 유학생 정책 지원해야"

그렇다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 유입을 막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결론이다.

먼저 저숙련 일자리는 단기적으로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장기적인 긍정적 효과는 제조업에서 더 두드러졌는데, 외국인 취업자가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고용허가제는 오히려 내국인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예상 밖의 결과가 도출됐다. 외국인을 체류 기간에 따라 준영구 체류와 비영구 체류로 구분해보면, 한명의 준영구 체류 외국인은 저숙련 내국인 일자리를 0.4개 감소시키지만 비영구 체류 외국인은 0.7개를 감소시켰다.

예상 밖 결과의 원인은 외국인 유입이 지역 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취업자는 대부분 소득을 본국으로 보낸다. 또 가족 이주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준영구 외국인 취업자보다 지역 내 소비가 적게 나타난다.

이 연구위원은 "이민자의 유입이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미미하므로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경직적인 외국인력 공급체계를 완화해야 한다"며 "일부 일자리 피해가 발생하는 저숙련 내국인은 직업교육과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유입은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숙련 노동에 머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유입을 받아들인다면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숙련 수준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인적자본의 저숙련화를 해소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학생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학생의 41%는 졸업 후 국내 체류를 희망하지만 실제 국내에 취업하는 비율은 6.2%에 불과하다.

이 연구위원은 "유학생들이 국내 노동시장에 적합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비수도권 지역 노동시장에 편입되도록 유도하면 장기적 측면에서 지역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민자 유입이 활발한 지역에서 지나친 저숙련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유학생 교육을 강화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다문화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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