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올해 ‘소비·고용’ 모두 빨간불
한은이 25일 올해 성장률을 3.0%로 유지한 건 다른 기관들의 시각과는 소폭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관들의 경우 전망치를 조금씩 상향 조정하는 기조가 뚜렷했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3.1%로 올려 잡았고,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평균 3.2~3.4%까지 개선된 전망을 내놨다.
한은의 고민을 키운 최대 걸림돌은 ‘내수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이다. 실제로 한은은 민간소비 전망치를 2.0%로 1% 포인트 이상 낮춰 잡았다. 이 과정에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큰 폭으로 위축된 걸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봤다.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소득 여건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고용’은 또 다른 부정적 요인이다. 이번 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8만명으로, 석 달 전(13만 명)보다 5만명이나 낮춰 잡았다. 반대로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4.0%로 올렸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밝혔던 9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모두 반영해 산출한 결과다. 한은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진 건 위안거리다. 실제로 지난 1월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11.4%나 증가한 4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대비 17% 정도 늘었다. 조입일수를 고려하면 증가폭은 29.2%까지 커진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 흐름을 점쳤다. 건설투자도 그간의 조정흐름이 마무리되고 회복국면으로의 전환이 가시화됐다고 봤다.
◆성장률 가를 최대 변수는 ‘백신 공급·추경’
향후 내수 흐름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는 ‘백신 보급’이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외부 소비활동이 가능해졌을 때, 고용지표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은 역시 백신 공급 속도에 따라 경제 성장률이 크게 갈릴 것으로 봤다.
이번 전망치는 정부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오는 11월 집단 면역을 형성할 것이란 결과를 반영해 산출했다. 만약 백신 보급이 빨라지고, 코로나 사태가 올 초중반 이후 빠르게 진정된다면 3.8%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반대로, 코로나 진정이 예상보다 늦어져 내년까지 미뤄진다면 성장률은 2.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4차 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확정되면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관련 규모는 19조5000억원 정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국회에서 증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4차 재난지원금이 확정될 경우) 당초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2, 3차 재난 지원금보다 규모가 늘었고 선별적으로 간다는 취지인 듯해서 성장 제고효과가 전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