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 32만8000호 가운데 85%가 무늬만 공공주택인 '가짜 공공주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가짜 공공주택이란 단기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이 소유하지 않고 보증금만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주택을 뜻한다.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영구·국민·장기전세아파트 등 진짜 공공주택 공급은 전체 32만 8000호 가운데 15%(4만8000호)에 그쳤다"면서 "나머지 28만호(85%)는 무늬만 공공주택"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실련은 국토부가 공개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해 발표했다. 자료는 국토부 통계와 주택업무편람,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국토부 답변 등을 활용했다.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한 공공주택(32만8000호) 중 영구·국민임대·장기전세 등은 4만8000호였으며, 나머지는 10년 임대·전세임대·매입임대·행복주택 등이었다. 경실련 측은 "공공주택은 공공이 건설하거나 매입한 주택이었지만 2015년 12월 법 개정으로 '임차'가 추가되며, 보증금 지원 주택도 공공주택으로 분류돼 숫자 부풀리기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행복주택이나 매입임대, 10년 분양전환, 전세임대 등은 주거 불안해소보다는 예산 낭비와 특혜 논란 등 부작용만 우려되는 가짜 공공주택이라고 했다.
경실련 측은 "행복주택은 임대기간이 6~10년에 불과하고 임대료도 비싸다"면서 "매입임대 역시 이미 오를대로 오른 기존 주택을 매입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안암생활'처럼 검증되지 않는 지역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토지주 특혜 및 다양한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발표한 장기공공주택 재고율 7.4% 역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전세임대 등을 제외하고 실제 20년 이상 장기임대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기준을 좁히면 장기공공주택 재고율은 4.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런 상황에서 2025년까지 240만호를 확보해 재고율 10%에 진입하겠다는 주거복지로드맵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가짜 정책"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2019년 말 기준 공공주택 재고량의 43%는 분양전환이 가능한 단기임대나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는 전세임대와 같은 가짜·짝퉁 공공주택이 차지하고 있어 장기공공주택 재고량을 증가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권별로 공공주택 공급을 가장 많이 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로, 30만호의 장기공공주택을 공급했다. 가장 적게 공급한 정권은 김대중 정부로 4만4000호에 그쳤다. 사업 승인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국민임대 47만호)가 가장 많았다. 정권마다 100만호 공급 등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제대로 이행한 정부는 없었다.
또 사업을 승인하고 착공 기간이 5년 정도란 점을 고려하면 다음 정부엔 입주가 이뤄져야 하지만, 사업승인 실적과 재고량은 차이가 컸다. 노무현 정부에서 47만호를 승인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재고량은 30만호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도 25만호 승인했지만, 박근혜 정부 재고량은 10만호에 그쳤다. 이에 대해 경실련 측은 "사업승인물량만 늘어나고 재고량은 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숫자를 부풀려 국민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지금까지 개발한 신도시에 공공택지를 민간 등에 팔지 않고 장기공공주택으로 공급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현재보다 20%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며 "장기공공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땅장사, 건설사의 집 장사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본연의 역할은 뒷전인 채 가짜·짝퉁 공공주택만 늘리는 것은 공공주택 공급 시늉으로 혈세를 축내는 것과 다름없다"며 "위례, 마곡 등 강제수용한 택지매각을 중단하고, 용산정비창, 강남 서울의료원, 불광동 혁신파크 등 국공유지들을 공공이 직접 개발해 장기임대하는 방식의 진짜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