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웨일 엔터프라이즈(Whale Enterprise)'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기업용 브라우저 사업의 전략을 플랫폼 중심으로 확장했다. 자체 서비스·협업솔루션 제공을 넘어 파트너의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웨일 스페이스' 사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23일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는 "웨일 엔터프라이즈(브랜드)가 웨일 스페이스로 바뀌었다"며 "웨일 엔터프라이즈는 이 사업이 브라우저 제품에 한정된다는 인상을 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웨일 플랫폼 전략이 우선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비대면 교육 수요의 급성장 흐름에 대응하지만, B2B·B2G 분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웨일 브라우저는 웨일 스페이스로 구축된 비대면 교육 또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학습(블렌디드 러닝) 인프라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를 포함하는 교직원 등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최적의 환경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창구이자, 플랫폼에 참여하는 파트너 기업의 서비스 개발 표준 기반이 된다는 뜻이다.
자동차·모빌리티 분야가 네이버 웨일 플랫폼 전략의 또다른 요충지다. 작년 12월 네이버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기술업체인 드림에이스, O2O 서비스업체인 팀와이퍼·카랑·마지막삼십분과 업무협약을 맺고 웹서비스를 곧바로 구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추가 파트너 확보 단계로, 실제 서비스를 내놓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김 책임리더는 "계속 '웨일스페이스 포 오토' 플랫폼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며 "티어1(부품공급협력사) 또는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분야에서도 경남교육청과 본격적으로 협력이 시작된 건 우리가 어느 정도 구성된 서비스 환경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움직이면서부터였다"고 덧붙였다.
웨일스페이스의 기본 전략은 웹 기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표준화된 서비스 생태계를 갖춰 외부 콘텐츠·솔루션과 이용자를 연결하기 위한 플랫폼을 각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맡고 있는 웨일 팀의 핵심 성과지표는 단기 매출이나 실적 달성보다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의 단계별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웨일 팀은 올해 어도비의 공식 보안업데이트와 기술지원이 중단된 플래시 기술의 '유료 지원' 사업도 맡고 있다. 공식 플래시 중단 일정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영세·중소사업자 사이트를 돕기 위해, 플래시 플레이어를 내장한 웨일 브라우저를 유상(어도비 공식 라이선스 판매가격 수준의 최소비용) 계약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김 책임리더는 "플래시 구동이 막힌 뒤 (어도비 공식 플래시 탑재 브라우저 판매업체인) 하만커넥티드서비시즈와 얘길 하다가 그쪽과는 협업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우릴 찾아온 곳이 많다"며 "실질적으로 수익은 나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지원과 비슷하게 갑자기 정책 변경으로 제공이 중단된 브라우저 기술로 인터넷익스플로러(IE) 액티브X나 설치프로그램 형태의 '플러그인'이 있다. 네이버 웨일에는 '플러그인 호환모드'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기술을 쓸 수 있는 기능이 꽤 오래 지원돼 왔다. 김 책임리더는 "올해 7~8월 마이크로소프트의 IE 지원이 종료될 때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웨일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작년 관리자 권한, 정책관리, 강화된 보안 기능을 갖춘 '기업·공공 전용 웹브라우저'를 출시하겠다는 선언으로 처음 공식화됐다. 작년 6월 22일 PC방 환경에 특화된 기능을 갖춰 출시된 'PC방 전용 웨일'이 그 시범 성격으로 공급됐다. 향후 일반 기업을 겨냥한 원격근무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