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 男女 프로골퍼…이유는 천태만상

2021-02-24 08:00
  • 글자크기 설정

우승·인지도·사주·건강 등 개명 이유도 다양

 

정세빈, 이조이, 박승, 서명재(왼쪽부터)[사진=KPGA·KLPGA 제공]


국내 남녀 프로골프 투어에서 개명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왜 이름을 바꾸게 됐을까.

한국프로골프(KPGA) 윈터투어 1회 대회 우승자인 서명재(30)는 이름을 바꾸고 우승의 한을 풀었다. 종전 이름은 서정민이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개명했다. 가족들이 알아봤는데 서정민이라는 이름이 큰 무대에서 뛸 이름이 아니라는 조언에 바꾸게 됐다. 바꾸고 나서 시드전도 통과했고, 이렇게 우승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윈터투어에 출전 중인 박승(25)도 개명을 하고 잘 풀린 사례다. 그는 2017년 부친의 권유로 박종헌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박승의 승자는 오를 승(昇)이다. 이름을 바꾸고 '문학 소년'으로의 콘셉트도 잡았다. 책을 좋아하는 그는 "'최선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가슴에 새겼다"고 설명했다.

개명과 함께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실타래처럼 꼬였던 일들이 술술 풀렸다. 아시안디벨롭투어(ADT)에서 1승(OB골프인비테이셔널)을 거두며 아시안투어 카드를 받았고, 코리안투어의 2부 격인 챌린지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코리안투어 카드를 챙겼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전을 치른 김태훈(36)도 이름을 바꾸고 잘 된 케이스다. 그는 2008년 김범식에서 김태훈으로 개명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대회와 시상식에서 상금과 제네시스 차량 네 대를 손에 넣었다.

그 외에 KPGA 회원 중에서는 김태우(前 김효석), 김준성(前 김휘수), 김건하(前 김현우), 마관우(前 마수길), 정재현(前 정원), 박경남(前 박재원), 정석희(前 정진욱) 등이 이름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어떨까. KLPGA에 의하면 창립 이후 현재까지 회원 297명이 개명했다.

지난해 6월 KLPGA투어 3부 격인 점프투어에서 우승한 정세빈(20)은 4달 뒤 2부 격인 드림투어 10차전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중간에 드림투어에 합류했지만, 상금 랭킹 5위에 올랐다. 정세빈의 원래 이름은 정유진이다. 정세빈은 이름과 함께 성격이 바뀌었다.

그는 "정유진으로 살던 과거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며 "이름을 바꾸고 쾌활한 삶을 살았고, 덩달아 성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황정미(22)는 생애 첫 승을 위해서 이름을 바꾸었다. 그는 2016년 황여경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승을 번번이 놓친 것이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우승'을 향한 절실함이었을 것이다. 개명 효과는 아직이지만, 점점 첫 승에 가까워지고 있다.

박서진(22)은 박교린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박교린이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2019년 드림투어 1승과 정규투어 1승(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with KFC)을 거두었다. 남들은 우승을 못 해서 이름을 바꾸는 데 유별난 케이스다. 그는 "사주를 통해 선수 생활과 은퇴 이후까지 장기적으로 좋은 이름을 받았다. 새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김송연(24)은 김혜선2다. 그는 이름 뒤에 붙은 숫자를 떼기 위해서 개명했다. 이름 뒤에 숫자가 붙는 것이 싫었던 케이스다. 그는 비어있는 김송연을 선점했다. 김혜선2 당시에는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이름을 바꾼 후에도 술술 풀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드림투어 7차전에서 우승하며 이번 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김초연(26)은 김도연3다. 초연하게 최고가 되기 위해 바꾼 이름이다. 그는 "더 개선된 체질과 강한 체력을 얻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보겸(23)은 박진하다. 이름을 바꾸고 나서 "훨씬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조이(49)는 이종임에서 바꾸었다. 제11회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개인 부문 은메달리스트다. 부르기 힘들었던 이름에서 받침을 빼 '즐기다'라는 'Joy'(조이)를 얻게 됐다.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입회 24년 만인 지난 2019년 시니어 격인 챔피언스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었다.

임서현(38)의 과거 이름은 임선욱이다. 불편한 발음에서 편안한 발음으로 바꾸었다. 여자 프로골프 대회에서 코스 해설로 활약 중인 박진이(25)는 박소현에서 개명했다. 인지도를 위해 흔한 이름에서 흔치 않은 이름으로 바꾼 케이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