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증가규모는 125조8000억원으로 전년(63조6000억원)에 비해 커졌다. 작년 4분기에만 44조2000억원이 늘었다. 분기별 증가금액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규모다.
한은이 집계한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정책금융기관 등 금융기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2015~2016년 사이 빠르게 불어난 가계신용은 2017년 이후 주춤했다, 2019년 4분기부터 다시 빠르게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주로 카드사용보단 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가계대출 잔액은 1630조원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5조6000억원(8.3%)이나 늘어난 반면, 판매신용은 95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0.2%)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가계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13년 말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3년 만인 2016년 말 1300조원을 넘어섰고, 그로부터 4년 만인 2020년 말 17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의 가계 빚 증가 속도는 가계부문 베트남, 노르웨이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높다.
가계 소득 대비 빚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늘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101.1%였다. 가계신용이 GDP를 앞선 건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