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주류업체인 장위(張裕)가 제작·배포한 '아버지의 퇀위안(團圓·가족이 한데 모임) 공략'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외지에 떨어져 사는 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영향으로 "춘제(春節·음력 설) 때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친필로 쓴 편지에는 자세한 조리법이 적혀 있었고, 아들은 아버지의 다소 무뚝뚝하지만 한없이 깊은 사랑을 느낀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녠예판(年夜飯·설 전날 온 식구가 모여 먹는 음식)을 차린 뒤 화상으로 부모에게 설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번 춘제 때 귀향하지 못한 중국인 가운데 이 아들만큼 녠예판에 정성을 기울이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22일 외식 배달 전문업체 어러머 통계에 따르면 춘제 연휴 기간 중 녠예판 반제품 주문은 전년 동기보다 4배 급증했고, 도시락 형태의 녠예판 주문도 2배 늘었다.
중국인들이 한 해에서 가장 중요한 한 끼 식사로 여기는 녠예판은 생선 요리와 족발, 물만두,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국수 등이 기본 상차림이다.
이를 1인분 혹은 2~3인 가족용으로 간소하게 만들어 배달해 주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매장 허마셴셩도 1월 말 이후 녠예판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귀향을 자제하고 머물던 곳에서 설을 쇠라고 종용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유명 식당 프랜차이즈 메이저우둥포의 량류(梁柳) 외식담당 매니저는 "올해 녠예판 판매가 50~60% 늘었다"며 "녠예판 소비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녠예판 세트 메뉴를 개발했다"며 "소비자들은 반제품을 데워 먹는 것만으로도 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 역시 처음으로 녠예판 선물세트를 출시하며 세태 변화에 편승했다.
취안쥐더 관계자는 "QR코드를 통해 가열 방식과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춘제 전에 준비한 제품이 몽땅 팔렸다"고 설명했다.
산시성 타이위안 출신의 20대 직장 여성 쉬징징(徐晶晶)씨는 "베이징에서 취업한 뒤 한 번도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다"며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어 온라인으로 녠예판을 사서 혼자 먹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녠예판 소비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까.
전문가들은 향후 귀향이 자유로워져도 이 같은 소비 행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견한다.
도시 지역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직접 조리하는 대신 온라인상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게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라이양(賴陽) 베이징비즈니스경제학회 상무부회장은 중국신문주간에 "최근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해 온라인 외식 등의 소비 방식에 익숙하다"며 "온라인 외식은 편리할 뿐 아니라 오프라인 식당들이 손실을 만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1인 가구는 2억49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사는 싱글족은 2018년 7700만명에서 올해 92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중국인 중 67.1%가 전통적인 요리 방식에 '번거롭다'고 답했고, 90.1%는 냉동 요리를 주식으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18~30세 연령대의 경우 8.8% 정도만 요리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라이 부회장은 "외식 업체들은 이 같은 수요 측면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업황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