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기업공개 넘어선 우회상장··· 美 비상장 기업이 선호하는 이유는?

2021-02-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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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한 '스팩' 공모액... 올해는 IPO 넘어설 전망

IPO보다 빠르게 상장... 투자 유치 용이해 스타트업에 인기

전기차 업계에선 당연시 여겨져... 기업 가치보다 현저히 적은 매출은 투자 유의사항

미국에서 우회상장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용한 우회상장이 230건으로 210건인 기업공개(IPO)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비상장 기업은 왜 우회상장을 선호하는 걸까.
 
IPO(기업공개) 앞선 스팩(SPAC)··· 상장 앞당기고 투자금 유치 용이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스팩은 비상장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게 목적인 페이퍼 컴패니를 말한다. 주식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상장을 한 후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소멸한다.

스팩이 활성화된 이유는 많은 비상장 기업이 스팩을 활용한 우회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장한 회사(스팩)를 인수·합병함으로써 상장 준비 절차를 생략하고 IPO보다 상장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19년 IPO와 스팩 공모액은 각각 545억 달러(약 60조5000억원), 132억 달러(약 14조6500억원)로 약 400억 달러(44조5200억원) 정도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IPO와 스팩 공모액이 각각 834억 달러(약 92조5700억원), 779억 달러(약 86조4700억원)로 집계돼, 격차가 100억 달러(11조12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스팩 공모액이 IPO를 앞지를 전망이다. 2월 초 기준 스팩 공모액은 353억 달러(약 39조1800억원)로, 144억 달러(약 16조원) 수준은 IPO 공모액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9~2020년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의 가치는 총 400%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에게도 스팩은 유망한 기업 주식을 취득할 좋은 기회다. 공모기간이 촉박한 IPO보다 상장 예정인 기업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또한 IPO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증거금을 준비해도 높은 경쟁률 탓에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렵지만, 스팩을 이용하면 유망한 기업 주식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는 IPO 때 공모주를 받기도 어렵고 받더라도 많이 획득하는 게 어렵지만, 스팩은 상장 주식을 더 쉽게 취득할 기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안정성도 우수하다. 나스닥은 3년, 뉴욕증권거래소는 2년 내로 상장하려는 기업과 인수·합병에 실패할 경우 스팩은 자동 해산한다. 스팩에 모인 투자금은 투자자들에게 다시 반환된다.
처칠캐피탈IV와 인수·합병설 '루시드 모터스'··· 지나친 스팩 열풍은 경계해야

[사진=루시드 모터스 홈페이지]

전기차 업계는 스팩 열풍에 올라타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전기차 업체가 스팩을 활용해 증시에 입성해 자금을 조달한 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 SUV 업체 피스커는 스팩 ‘스파르탄에너지애퀴지션’과 합병해 우회상장 했다. 약 29억 달러(약3조21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피스커는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하며 많은 투자금을 챙길 수 있었다.
 
중국계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퓨처도 지난달 28일 미국 나스닥에 우회상장하기 위해 스팩 ‘프로퍼티솔루션애퀴지션’과 합병을 확실시하는 협약을 맺었다. 실제 상장은 올해 2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당 발표 이후 1월 4일 10.08달러(약 1만 1200원)에 거래되던 프로퍼티솔루션애퀴지션 주가는 지난 19일 기준 17.10달러(1만 9000원)까지 올랐다.
스팩 투자로 수익을 올린 국내 투자자들은 다음 타깃으로 루시드 모터스와 합병할 예정인 처칠캐피탈IV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주주들의 처칠캐피탈IV 보유 금액은 5억1300만 달러(약 5700억원)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 처칠캐피탈 창립자 마이클 클라인이 루시드 모터스 인수를 위해 처칠캐피탈IV 상장으로 확보한 20억 달러(약 2조2200억원)를 ‘공공주식 개인투자(PIPE)’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1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120억 달러(약 13조3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루시드 모터스가 우회상장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4일 10.28달러(약 1만1400원)에 그쳤던 처칠캐피탈 주가는 18일 68.03달러(7만5500원)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스팩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 전문 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루시드 모터스가 (인수·합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만큼 시장에 도는 정보는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처칠캐피탈IV의 주가가 상당히 들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했지만 주가가 폭락한 사례도 많다. 미국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는 미래 친환경 트럭을 개발한다는 기대감으로 스팩을 통해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우회상장했지만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 94달러(약 10만4300원)까지 올랐던 니콜라 주가는 19일 기준 21.36달러(약 2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많은 투자자가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피스커와 같은 거래는 스팩 투자자들에게 멋지게 전달됐지만 니콜라 같은 회사는 단기 이익을 포기하게 했다"고 전했다.

전기차처럼 미래 지향적인 업계는 대부분의 회사가 제대로 된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이후 스팩을 통해 상장했거나 계획이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10곳의 기업 가치는 532억 달러(약 59조500억원)에 달하지만, 최근 1년 매출액은 고작 4110만 달러(약 456억21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루시드 모터스도 매출이 없는 회사다. 다만 블룸버그는 "루시드 모터스는 주력 모델인 루시드 에어를 2분기에 선보이고, 2022년에는 더 저렴한 모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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