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리고 있다.
극 중 김강우는 이혼 4년 차 형사 지호 역을 맡았다. 강력반에서 좌천돼 이혼 소송 중인 효영(유인나 분)의 신변 보호를 맡게 된 인물.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진 효영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김강우는 효영을 밀착 경호하며 잊고 있던 설렘을 다시 느끼게 되는 지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 김강우와 영화 그리고 연기관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또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속 어렵게 개봉하게 된 소감은?
- 솔직히 감개무량하다. 다른 영화들은 개봉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니까. 속으로 '우리 영화가 언제 세상에 나올까?' 고민했는데, 설날 전 개봉하게 돼 기쁘다. 어쨌든 해냈다! 지난해 힘든 일이 많았는데 '새해전야'를 보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새해전야'는 기존 김강우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 캐릭터였다. 선택 이유는?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도 안 읽고 '하겠다'라고 했다. 감독님과 제작사 수필름(영화 '결혼전야'를 함께 했다)에 관한 패밀리쉽이 있다. '결혼전야'도 했으니 '새해전야'도 당연히 제가 해야 하지 않겠다.
결정 이후 시나리오를 읽은 셈이다
- 그렇다. '결혼전야'가 7년 전쯤 찍은 영화인데 당시에는 결혼하기 직전 설렘과 어설픔을 담아내려고 했다면 이번 작품은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어른스러운 삶을 살아오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저 역시도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했다.
김강우와 쉬이 매치되지 않는 지질한 캐릭터였다
-날 것의 느낌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강력반 형사라고 해서 무서운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기보다 생활적인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 재미있는 상상과 고민을 많이 했다.
9명의 배우 중 웃음을 도맡게 됐다
- (유)인나 씨와 저는 어른 커플이니 무게를 잡아봐야 재미없을 것 같았다.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이 지질하게 굴어야 더 재밌는 것 같다. 그런 걸 표현해보려고 했는데 나름대로 재밌게들 봐주셔서 좋았다. 그동안 제가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작품을 통해 조금 희석되기를 바란다.
그간 무거운 캐릭터를 소화해왔는데 홍지영 감독은 김강우의 어떤 면을 보고 지호를 떠올린 걸까?
- '김강우에게 그런 면이 있어?' 하고 의아해하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한편으로 감독님은 대중이 (저를 보며) 느끼는 진중한 모습을 뒤집으며 희열을 느끼시는 게 아닐까?
홍지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떤가?
- 저는 홍지영 감독님과 한 공간에 얽히는 게 정말 좋다. 연출적으로도 굉장히 신뢰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분의 인품과 삶의 방식, 타인에 관한 태도 등 굉장히 존경스럽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두 사람의 신뢰가 굉장히 단단하게 느껴진다
- 그렇다. 홍지영 감독님은 열린 귀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 배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찾아내고 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신다. 그런 믿음이 있으니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
여러 커플 중 지호·효영 커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 다른 커플들은 시작하는 단계를 그리지만 우리는 이혼의 아픔을 겪지 않았나. 새로운 시작을 그린다는 점이 새로운 거 같다. 지호와 효영만의 관계가 캐릭터의 매력 아닐까? 또 워낙 캐릭터가 다르다 보니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매력적인 것 같다.
관객들이 지호와 효영을 보며 얻었으면 하는 점들은?
- 요즘은 상대방에 관한 이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점점 벽을 만드는 느낌이 든다.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지 않나. 극 중 지호와 효영도 나이가 있어서 벽을 빨리 치는 편이다. 하지만 순수함은 남아있다. 그래서 서로에 관한 이해가 빠른 거다. 살면서 타인에 관한 이해와 다양성이 제일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 영화, 우리 커플을 보면 그런 부분이 잘 담겨있는 것 같다.
'결혼전야' '새해전야' 모두 옴니버스 극이다. 옴니버스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 각각 다른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있다. 부담을 여러 명이 나눠 가지다 보니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걸 과감하게 보여줄 기회가 생기는 거 같다. 골고루 시선을 분배할 수 있어서 좋다. 저는 이러한 장르가 매력적인 거 같다. 앞으로도 쭉 해보고 싶다.
옴니버스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다 담아내야 하지 않나.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 물론 있다. 시간으로 본다면 한 커플이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기승전결을 다 보여줘야 하니까. 시나리오가 잘 쓰여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다 보니 한 장면씩 표현하는데 감정을 크게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결 장면들이) 덜컥거리고 그냥 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방점을 찍을 땐 제대로 찍어야 한다. '결혼전야' '새해전야'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다.
'결혼전야'로 편안함을 익혔다고 했는데, '새해전야'는 김강우에게 어떤 걸 남겼나
- 아무 생각 없이 작품에 임할 수 있게 됐다. 한 단계를 뛰어넘은 셈이다. 전작은 관객들이 저의 다른 이미지를 받아들이실지 걱정했다면, '새해전야'는 그런 걱정과 과정이 사라졌다. 더 편안해진 모양이다.
관객들이 '새해전야'를 보며 어떤 걸 얻길 바라나?
-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아쉽지 않았나. 사람들과 만남, 여행 등이 결여되니 정말 괴로웠다. '새해전야'로 대리만족하길 바란다. 웃어주신다면 더 좋겠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