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ITC 딜레마…제조업 공약·정치적 부담이 압박

2021-02-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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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ITC 판결 제조업 기회 놓치게 해"

상원 선거 통해 날개 달아준 정치적 빚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전(戰)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일단 LG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SK 공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던 조지아주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ITC의 최근 결정은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 제조업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 내 제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UPI·연합뉴스 ]

생산 메카로 떠오른 조지아, 정치적 격전지로도 주목
조지아주는 지난 연말부터 정치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 조지아에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양 후보는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였다. 결국 1만2000표 차이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켐프 주지사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켐프 주지사는 이를 거부했고, 한때 누구보다고 밀접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결국 등을 돌린다.  

이 같은 결정은 켐프 주지사의 정치 여정에 큰 타격을 줬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요구 거절은) 켐프 주지사의 정치적 미래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2018년 주지사 선거 당시 켐프 주지사 승리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상황이 됐다. 재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이제 켐프 주지사에게 남은 선택지는 경제 발전이다. SK이노베이션 공장 유지가 절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조지아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그는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에서 22년 만에 승리한 민주당 후보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난 1월 치러졌던 조지아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박빙 속에서 승리를 거뒀다. 백악관을 차지한 민주당에 의회 다수당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지아주에 정치적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전례가 드물고 특히 영업기밀 침해 이유로 내려진 판결에 거부권이 거의 행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최근 제조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볼보, BMW, 다임러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남동부에 포진해 있다. 때문에 자동차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조지아 주가 낙점받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의 제조업 지원, 트럼프 정부와 맥을 같이해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기간은 물론 취임 뒤에도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방정부가 직접 4년간 7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미국 기업 제품 이용 범위를 늘리는 '바이 아메리칸 계획' 등이 핵심이다. 

일단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서 물건을 제조하지 않는 기업은 연방정부 조달 계약에서 배제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의 제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국정 핵심 과제로 삼으면서 이를 위한 ‘보호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와도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 정부는 국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4년 내내 이끌어왔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국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강조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켐프 주지사는 2019년 3월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단일 투자건"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조지아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데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공식에는 윌버 로스 당시 상무장관도 참석해 SK 배터리 공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이 현지 1·2 공장에 투자하는 금액은 26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잭슨 카운티는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직접적 경제 효과 외에 5년간 신규 고용에 따른 4290억 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임금 창출은 물론 이에 기반해 약 1만개의 지역 내 신규 일자리가 추가로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코로나19 경제회복을 꾀하는 바이든 정부에 SK이노베이션 공장 생산 중단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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