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뜨자… 채권 시장, '그리니엄'에 촉각

2021-0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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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권 차입비용, 일반채권 대비 낮게 책정되는 '프리미엄' 효과

한국 '그리니엄' 확대 유의해야… "ESG만 담는 투자 전략 늘어나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원칙을 중시하는 투자 성향이 강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녹색채권(green bond)'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채권의 차입금리가 일반채권 차입금리를 하회하는 '그리니엄(greenium)'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글로벌 금융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31개 ESG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유입액은 274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ESG는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도입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ESG 신용영향점수를 최고 등급인 1등급(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2등급(중립적), 사회 2등급(중립적), 지배구조 1등급(긍정적)을 획득했다.

ESG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그린채권의 발행도 증가하는 추세다. 비영리단체인 국제기후채권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및 기업에 의한 녹색채권 신규 발행액은 2700억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발행 잔액도 1조달러에 육박한다.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상업은행은 코로나19로 정부와 기업을 불문하고 친환경과 지속가능 성장모델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올해 녹색채권 신규 발행액이 5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기술에 투자한다. 녹색채권에 대한 선호 성향이 강화되면서 녹색채권 발행자 측은 일반채권 대비 낮은 차입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그리니엄을 누리고 있다. 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인 그리니엄은 녹색채권 차입비용과 일반채권 차입비용 간 격차를 의미한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의 추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정부와 기업은 일반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경우 대비 0.11%포인트 정도 차입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채권의 수익률은 일반채권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구원 측은 "초저금리 시대에 더 낮은 수익률의 녹색채권 발행과 인수가 강화되는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좌초자산(stranded asset) 증가로 인해 보유자산의 손실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좌초자산이란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 위험으로 인해 자산가치가 하락하거나 상실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석탄 관련 산업 자산은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탈석탄화가 이뤄지면서 좌초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해외와 국내 모두 ESG 등급이 높으면 기업의 펀더멘털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ESG 등급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 지표도 양호했다. ESG 등급이 낮으면 적자 기업인 경우가 많았다.

다만 보고서는 "그리니엄의 통계적 유의성이 제고될 수 있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채권은 다양한 만기와 수익률 구조를 갖고 있어 녹색채권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UN 산하 국제금융공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녹색채권 발생 잔액은 글로벌 채권 발행 잔액의 약 3%에 불과하다.

더불어 지역별, 차입 주체별로도 그리니엄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프랑스 경영대학원(EDHEC Business School)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로화 표시 발행 녹색채권의 그리니엄이 0.18%포인트로 조사된 반면 스탠포드대학교의 지방채 대상 논문은 그리니엄 효과가 유의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녹색채권 등 ESG 투자상품이 가입자의 금전적 이익 관점에서 일반채권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경우 정책 달성이나 비금전적인 이유로 ESG 투자상품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편입시킬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반면 이국 캘리포니아주와 일리노이 주정부, 유럽연합, 영국 등은 연기금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때 ESG 투자원칙을 반영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안 또는 가결시켰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은 국내채권 직접운용 자산 280조원 중 30%, 위탁운용 자산 43조원 전체를 ESG 투자에 적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후생 극대화 관점에서 지속가능금융 및 지속가능경제 성장모델이 중시되고 있다"며 "데이터가 축적에 따라 투자자들의 ESG 경영원칙 선호도와 수용성이 제고되면 그리니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그리니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K-ESG 채권 시대의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서 "투자자가 ESG 채권만 담는 전략이 늘어야 그리니엄이 생길 수 있다"며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일반채권과 ESG채권을 투자한다고 명시한다고 있어 본격적인 그리니엄이 붙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ESG 채권은 일반채권과 동일한 가격 변수에 투자자가 제어할 수 없는 인증등급 변수가 추가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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