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거나 망가지거나…검사, 휴대폰 분실의 역사

2021-0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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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처.[사진=페이스북 캡처]



검사들 비리가 포착돼 수사가 시작되면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파손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술접대 검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김 전 회장에게 술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 4명이 1년 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그간 의혹을 받았던 전·현직 검사들은 술접대를 한 날짜를 특정해 해당 검사들이 검찰청사 출입을 한 내역 등을 확인하면 해결될 문제라는 등 술접대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과는 반대로 비슷한 시기 파손 또는 분실을 사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의혹은 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목된 당사자 모두가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 조사에서 전관 변호사 A씨는 "부부싸움 등으로 다투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진술했고, 현직 검사 B씨는 "전화가 수십통이 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떨어져서 깨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사팀이 선제적으로 휴대전화 압수를 하지 않으면서 결정적 증거를 놓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사유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오인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2018년 사법농단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현직 판사가 "휴대전화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렸다" "휴대전화 뒤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내다 버렸다"는 등 진술을 하자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윗선'의 지시로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해 12월 8일 변호사와 현직 검사 1명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현직 검사 3명이 부적절한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조사 결과 2명의 검사가 일찍 귀가해 인정된 향응 액수가 96만2000원으로, 처벌기준에 3만8000원 미달한다는 결론이었다.

검찰은 술자리에 있었던 2명은 밤 11시 이전에 귀가했으며, 이후 향응 수수액을 빼고 안분하면 1인당 접대금액이 100만원 미만이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해선 향후 감찰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선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검사 2명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됨에도 향응 수수금액이 기준 이하라는 이유로 해당 처분을 받았다며 "경찰은 사건관계자에게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셔도 처벌되는데, 검사는 룸살롱에서 피의자에게 접대를 받아도 100만원 미만이면 괜찮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검사들이 술접대를 받은게 사실이라면 사과하겠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술접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오현철 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사건이 터지면 해당 검사가 휴대전화를 분실하는 사례는 이번에만 발생한 일은 아니다.

2016년 '스폰서 검사'로 알려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당시 증권범죄합수단장)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건에도 어김없이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와 룸살롱 등 향응접대 그리고 휴대전화 분실이 등장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중·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모씨로부터 29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의 고급술집 등에서 1700만원 상당의 향응 접대를 받고 현금 34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6년 6~7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된 김씨에게 자신의 비위 사실을 감추려 휴대전화와 장부를 없애도록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았다.

당시 검찰은 김 전 부장검사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스폰서 김씨 휴대전화 3대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전 부장검사가 사용한 개인 휴대전화 외에 다른 휴대전화가 있다는 사실이 파악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부장검사 휴대전화 확보는 실패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휴대전화는 압수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휴대전화 포렌식 이전에 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포렌식이 끝나야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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