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이상이 혐오와 차별을 겪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국가기관 주도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성소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나 민간의 연구조사에는 당사자들의 참여가 200~300명대로 소수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는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법적 성별정정을 한 응답자는 8%에 불과했는데 의료적 조치비용, 법적절차, 건강상 부담 등의 이유로 응답자의 86%는 법적 성별정정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같은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교육 및 고용 영역에서 비하발언과 차별대우 경험, 공공시설 이용의 어려움, 군복무 및 형사절차·구금시설에서 부당한 대우, 의료기관 접근의 어려움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해외 법제와 정책에 비해 트랜스젠더 인권보장을 위한 국내의 법, 제도, 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별·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