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역시"…공무원들, 정권 말 밥그릇 싸움

2021-02-08 19:42
  • 글자크기 설정

산업 융복합으로 부처 업무 중복...업무 영역 두고 '신경전'

대통령 임기 말로 갈수록 '조직 지키기' 성향 강화

[사진=연합뉴스]

"정권 말도 아닌데 벌써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공직 사회가 뒤숭숭하다. 국가의 정책 연속성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고, 당·청과도 끊임없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3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민감한 현안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온라인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권 획득을 위해 신경전 중이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 등 규제가 느슨한 빅테크 금융거래를 두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 사회 내부적으로 보면 조직 지키기지만, 밖에서는 이기주의일 뿐이다. 부처 간 힘겨루기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산업이 진화하고 기술 융복합이 확대되며 과거처럼 부처 업무를 칼 자르듯이 구분하기 어려워져서다.

부처 간 영역 다툼은 국회 상임위원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해 법을 내놓자 국회 방통위 소속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해 방통위에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다가올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정권이 단행할 정부 조직개편이나 업무영역 재조정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공무원들은 정권 교체 기간에 맞춰 몸담은 조직이 공중분해되거나 쪼개지거나 새로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것이 얼마나 큰 불안으로 다가오는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영역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조직이 생존력을 갖추고, 힘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정권 말기마다 발생하는 정책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대통령 임기 말에 청와대를 경험한 관료 출신을 요직에 배치해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관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임기 말이 되면 적극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사그라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감하거나 까다로운 사안에 개입하기보다 다음 정부로 미루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전했다.

최근 당·정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상황에서 여야, 정부는 자기 살길 찾기에 혈안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으로 올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향후 개각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 부처 간 업무 분장은 부처나 국회 힘에 좌우되지 않고 효율성과 정당성이 뒷받침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상유지식 관리형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 임기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개각을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