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범죄 재판' 시작하나...ICC, 팔레스타인에 '사법 관할권' 부여

2021-02-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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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 불법 점령 영토서 '전쟁범죄' 조사 가능해져

미국·이스라엘 강한 반발 "팔레스타인, 주권국 아냐"...독립국 인정 요원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사법 관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ICC는 팔레스타인이 로마 규정(Rome Statute)에 부합하는 '당사국'(state party) 지위를 갖고 있기에 ICC는 동예루살렘·서안지구·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사법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4년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 당시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소녀의 모습.[사진=AFP·연합뉴스]


로마 규정이란 1998년 국제연합(UN) 외교회의가 ICC 설립을 위해 채택한 것으로 ICC 재판 회부를 위한 관할권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라 ICC의 관할권은 당사국이 국제 범죄 행위를 소추관(검사)에 회부하거나, 소추관이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경우 인정받는다.

팔레스타인의 경우, 아직 독립국의 지위를 놓고 국제사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ICC의 당사국 지위 인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날 ICC 재판부는 팔레스타인의 당사국 지위 인정 의견을 놓고 60쪽 분량의 판결문을 내놓았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관할권을 확정했다.

재판부 3인 중 1인이 반대했으며, 재판부는 "이번 결정은 ICC 회원인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팔레스타인은 2012년 UN 총회에서 193개 UN 회원국 중 136개국의 찬성으로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표결권 없는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격상됐다.

이후 아랍 지역 국가들과 유럽연합(EU) 등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분쟁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 등은 국가가 아닌 '자치정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관련 입장을 유보하는 상태다.
 

2014년 가자지구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 전범재판 압박 커져..."팔레스타인, 주권국 아냐" 美·이스라엘 등 반발

이날 재판부의 결정으로 향후 ICC는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장악한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5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2014년 가자지구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살해하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러왔다며 ICC의 조사를 요청해왔다.

특히, ICC 내부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조사 필요성을 주장해왔던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도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벤수다 검사장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가(이스라엘)가 전쟁범죄 행위와 잔혹 행위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경우,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권한에 따라 기소를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벤수다 검사장은 "전쟁범죄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 조사할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군과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의 강경 정파인 하마스 모두가 기소 가능한 가해자 범주에 있다면서 공식 조사에 앞서 ICC 재판부에 팔레스타인 지역 중 관할권 범위를 판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측이 주장하는 전쟁범죄가 '조작되고 왜곡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주권국가의 청원 문제를 다루는 ICC가 독립국이 아닌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따라서 이번 결정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ICC가 전쟁범죄를 수사하는 일은 순전히 반유대주의적 행위일 뿐"이라면서 "ICC는 이란과 시리아의 독재정권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에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부는 "오늘은 책임의 원칙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다. 다음 단계는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라며 ICC의 결정을 환영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ICC의 사법권 행사 시도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2015년 로마법령에 가입할 당시와 같이 주권국가로서의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ICC를 포함한 국제기구나 회의에 국가 자격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아랍 민족과 유대민족 지도자 각각과 후세인-맥마흔 서한(1915~1916년)과 사이크스 피코 협정(1916년)·밸푸어 선언(1917년)이라는 이중 비밀협약을 맺어 팔레스타인 지역에 각각의 독립국을 세워준다고 약속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이중 약속이 탄로나면서 1947년 UN은 팔레스타인의 분할안을 채택했고, 각각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팔레스타인의 영토였던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법상 불법이다.

특히, 양측의 갈등은 1987년과 2000년 두 차례의 인티파다(봉기)로 이어졌고, 2014년 7~8월에는 가자지구 공습(50일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하마스 측도 가자지구 안에서 로켓탄을 발포하기도 하면서 200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2017년 11월~2018년 3월 사이에는 3차 인티파다로도 불리는 반-이스라엘 규탄시위가 이어지며 300여명이 이스라엘 군에 피살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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