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글로벌 은행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와 달리,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3일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이탈리아 은행 방카 제너럴리, 싱가포르의 DBS은행, 스페인 BBVA, 네덜란드의 ING 등이 일제히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앞서 스탠다드차타트는 자사 플랫폼 'SC벤처스'를 통해 디지털자산 전용 커스터디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아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 은행들은 커스터디 사업을 직접 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7월 은행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을 허가했다. 인가를 받은 모든 은행은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가상자산 키(Key)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이 가상자산 자체를 수탁하고 운용하는 등 추가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역시 지난해 1월 은행이 커스터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이후 40개 은행이 커스터디 라이선스 취득 및 사업 의향서를 자국 감독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국내 은행들은 커스터디 사업을 직접 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법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수탁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련 부서 책임자는 "당국이 '가능하다'고 못박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직접 서비스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스탠스는 '일단 지켜보자'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자산은 은행망을 거쳐 거래되는 게 아니어서, 국내 은행도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국내 시장을 글로벌 은행에 뺏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자산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에 유통될 주요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