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물가의 역설] 물가, 설 앞두고 오락가락…밥상물가는 폭등, 통계는 착시

2021-02-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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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대 저물가에도 농축수산물 10.0% 올라 "체감물가 괴리 커"

통계청 "전기·수도 하락, 통신비 등 정부 정책 지원에 평균 0%대"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 물가 0%대, 농축수산물 물가 10%대.”

올해 1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밥상에 오르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의 차이다. 수치로만 보면 ‘지표가 맞나?’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이 느끼는 격차는 그 이상이다. 0%대의 저물가라는데 밥상 물가에 외식 물가까지 죄다 올랐기 때문이다. 외식이야 안 하면 그만인데 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에 제수용품을 마련하자니 '살인적'인 물가에 한숨만 나온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2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6~18% 더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공식 지표와 국민 체감 물가 사이의 큰 괴리는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통계청은 2일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1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0.1%) 이후 4개월 연속이고, 연간으로는 2019년(0.4%), 2020년(0.5%) 2년 연속 0%대 상승률이다.

그런데 품목별로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대비 10.0%나 올랐다. 지난해 11월(11.1%), 12월(9.7%)에 이어 지속적으로 높은 증가세다.

이 중 축산물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등의 공급량이 줄면서 11.5% 급등했다. 축산물만 보면 2014년 6월(12.6%) 이후 6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달걀(15.2%)뿐 아니라 돼지고기(18.0%), 국산쇠고기(10.0%), 닭고기(7.5%) 등도 올랐다.

농산물은 11.2% 올랐다. 파는 무려 76.9% 올랐고, 양파(60.3%), 사과(45.5%), 마늘(38.2%), 배(36.8%), 고춧가루(34.4%), 쌀(12.3%) 등의 순으로 상위 상승률을 보였다.
 

2021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자료=통계청]

그런데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불과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식품 등 국민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도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생활물가지수를 작성한다.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생활물가는 지수상으로는 안정적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많이 올랐다“며 “물가 총지수는 농축수산물 외에도 석유 가격 하락, 전기·수도 하락 등을 포함해 평균을 냈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물가가 낮아지는 부분도 있어 전체적으로 0%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석유류는 8.6%, 전기·수도·가스는 5.0% 각각 상승률이 내려갔다. 고교 납입금 무상화, 통신비 지원 등 정책 영향에 공공서비스도 2.1% 하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침체돼있는 상황에서 밥상 물가만 오르면 심리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경기가 더 나빠져 소득이 줄어들자 국민들은 필수재 위주로 구매하고, 식료품 등 본인이 산 품목만 올랐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체감 물가와의 괴리를 줄이려면 경기 진작책을 통해 소비 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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