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회복'을 위해 '대통합'을 역설하고 있지만, 각종 위기 상황에서 극심하게 분열한 미국의 정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주요 방송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정당 판세가 200년을 넘게 이어온 양당제에서 4당제로 분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합성한 패러디물.[사진=유튜브/Maestro Ziikos]
WP "바이든의 '통합'을 하나의 정의로 '통합'하기조차 어려워"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희망과 변화'를 제안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슬로건은 '통합'(혹은 단결·Unity)이라는 단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통합이란 말로 모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치중하면서 구체적인 조치는 부족했다"고 바이든의 취임 첫 주를 평가했다.
WP는 이어 "문제는 형용하기 어려운 '통합'의 개념(the ineffable concept of unity)을 구체적으로 하나의 정의로 통합(unify)하는 것조차 난항을 겪고있다는 것"이라면서 현재 워싱턴 정가의 분열상을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대선을 거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자국이 극심하게 둘로 갈라져 위기 극복의 동력마저 상실했다는 진단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 시도'로 규정한 의회가 이를 선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추진하면서 분열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한 주간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각종 인종차별적 이민 정책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 명령을 무효화한 것을 두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로는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분열을 일으키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모든 미국인이 직면하고 있는 (입법적) 문제를 '초당파적 관점'(bipartisan lens) 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통합이란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고 느끼게 되는 국가를 일컫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NBC "美 '4당제 분화' 더욱 분명해지고 빨라져"
문제는 미국 정파의 분열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각각의 정치 성향마다 '미국인이 직면한 현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NBC는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본질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이 점점 더 4당 체제로 나뉘고 있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분명한 내부 분열상을 보이는 상황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다양한 문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42%와 37%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자신을 무당파라고 평가한 경우는 12%였다.
그러나 방송은 질문을 단순한 지지 정당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로 대체했을 경우 선택지가 정당 선택지가 4개로 분화한다고 지적한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민주당(진보파·Progress)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공화당 자체를 지지하는 전통 공화당을 응답한 비율이 각 17%였다는 것이다.

24일 미국 N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그래픽=NBC]
특히, 이들 4개의 진영은 정책과 전·현직 대통령 선호도 평가 등 세부 질문에서 명확한 분절을 보였다.
우선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트럼프 공화당원의 경우 각각 99%와 87%가 '긍정적'과 '매우 긍정적'이라는 대답을 한 반면, 전통 공화당원에선 해당 비율이 각각 78%와 44%로 줄어들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현직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을 지지하는 민주당원은 각각 93%와 74%가 '긍정적', '매우 긍정적'이란 평가를 한 반면, 진보파 민주당은 그 비율이 각각 75%와 27%로 감소했다.
현 바이든 정권의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고 응답은 각각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원 70% △진보파 민주당원 60% △전통 공화당원 55% △트럼프 공화당원 25%로 나타나 확실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 정책 추진에 대한 입장이 서로 갈렸다.
바이든을 지지하는 민주당원의 20%는 진보적인 정책과는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진보파 민주당원의 30%는 보다 민주당 정권이 더욱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比) 진보파 민주당원의 이와 같은 입장은 '전국민의료보험'(MediCare for ALL) 등 진보파의 정책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 선거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NBC는 "해당 조사가 의사당 폭력 사태 직후인 10~13일에 진행해 분열 양상이 더 두드러졌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미 몇 년 동안 언급해왔던 만큼 이러한 분열상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욱 더 고르고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미국 N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그래픽=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