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일제히 안타까움과 함께 비단 삼성의 앞날 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반의 불투명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심 선고로 인해 2017년 한 차례 구속 수감됐던 바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당시 그가 부재했던 1년을 '암흑기'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만큼 삼성의 앞날이 불투명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업의 본분인 투자와 고용의 키는 총수 의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이 부회장과 검찰 모두 상고를 포기하면서 남은 1년 6개월 간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뉴 삼성’을 모토로 추진해온 '반도체 비전 2030' 추진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밝힌 포부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분야 R&D 및 생산시설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가장 어려울 때가 아닐 수 없는 지금, 과연 삼성의 투자는 이어질까.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당초 예고한 투자는 계획대로 차분히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첫 출근날부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핵심사업장인 평택캠퍼스를 찾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재구속으로 이 부회장이 직접 대규모 투자와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힘들어진 점이 난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한 두달만 의사결정이 미뤄져도 한순간에 뒤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도 이런 위기의식을 이미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우리가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 체제에 사실상 돌입, 계열사별 CEO를 중심을 총수 부재 상황을 1년 반 가까이 어떻게든 견뎌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