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우주夢' 쏘아 올리는 중국

2021-01-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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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새해 앞두고 달 샘플 채취 귀환, 설 직전에는 화성 착륙 예정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 귀환 지켜보는 기술진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 우주비행 통제센터'(BACC) 기술진이 17일(현지시간) 대형 모니터를 통해 달 표면 샘플을 실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의 지구 귀환을 지켜보고 있다. 창어 5호의 귀환 캡슐은 이날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초원지대인 쓰쩌왕에 무사히 착륙했다. 





2020년 12월 17일 우리의 신문과 방송들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싸움으로 지면과 화면을 뒤덮었다.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전대미문의 징계가 16일 새벽 4시에 ‘정직 2개월’로 결정난 사실을 1면 왼쪽에서 오른쪽 끝까지 꽉 채우는 배너 제목을 달았다. 이로부터 14시간30분 뒤인 오후 6시30분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자정부터 2개월간 직무가 정지됐다.

이날 한국시각 새벽 2시59분(중국시각 1시59분) 동경 111° 26′ 20″, 북위 42° 20′ 19″ 중국 북동부 내몽고 초원에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서 암석과 토양 샘플 1.7㎏을 채취하고 돌아온 창어(孀娥) 5호가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14억 중국인들 대부분은 TV생중계로 창어5호가 달에서 지구로 돌아와 땅에 착륙한 순간 환호를 올렸다. 중국 국내정치와 이념 문제 이외에는 잘 싣지 않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7일 아침 창어5호가 오성홍기(五星紅旗)와 함께 내몽고 초원에 착륙한 컬러 사진을 커다랗게 싣고, “창어5호가 우리 중국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밖 천체의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왔다”는 제목을 달았다.
‘창어(孀娥)’는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미녀의 이름이다. 서한(西漢) 때 씌어진 ‘회남자(淮南子)’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전설상 지배자였던 삼황오제(三皇五帝) 가운데 ‘제곡(帝嚳)’의 딸이다. 중국인들은 스스로를 ‘염황(炎黃)의 후손’이라고 말하는데 제곡은 전설상의 선조 염황과 역사에 실재했던 선조 요순(堯舜)을 연결하는 황제의 이름이다. 제곡의 딸로 미녀였던 창어는 남편 예(羿)가 곤륜(崑崙)산에 사는 선녀 서왕모(西王母)로부터 훔쳐온 불사약(不死藥)을 남편 몰래 먹어버리고 달로 도망갔다. 우리는 달에 계수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달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창어가 살고 있다는 전설을 “창어가 달로 도망갔다(孀娥奔月)”는 말을 즐겨 하며 믿고 있다. ‘창어(孀娥)’는 우리에게도 ‘상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는 ‘상아’라는 이름보다도 ‘항아(姮娥)’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문제(文帝) 때 문제의 이름이 ‘유항(柳恒)’이었기 때문에 황제의 이름에 사용된 한자와 유사한 글자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피휘(避諱)’의 관습에 따라 원래 ‘항아’이던 달에 사는 불사 선녀의 이름도 ‘상아(孀娥)’로 개명해야 했다.

달에 산다는 불사의 미녀 창어를 만나보겠다는 중국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창어 프로젝트’는 중국 최고의 자연계 대학 출신 수재였던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시절인 2004년에 계획이 수립됐다. 후진타오 총서기의 창어 프로젝트 수립 결단에 따라 행정부인 국무원은 제1단계 무인 탐사선 달 착륙, 제2단계 유인탐사선 달 착륙, 제3단계 달에 상주 기지 건설로 짜여진 ‘창어공정(工程ㆍproject)' 계획을 수립했다. 창어 프로젝트의 큰 줄기는 “라오(繞) - 달 궤도 진입, 루오(落) - 달 표면 착륙, 후이(回) - 달 탐사선의 지구 귀환”의 3단계로 짰다. 계획에 따라 2007년 10월 24일 창어1호가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 우주발사기지에서 장정(長征)시리즈 로켓에 탑재돼 발사됐고, 2010년 10월에는 창어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달 궤도에 진입해서 선회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2년 9월에는 창어3호가 ’위투(玉兎)‘라는 이름의 달 표면 무인 탐색 차량을 싣고 발사돼 중국인이 만든 탐색 차량이 달 표면을 탐색하는 현장을 중국인들에게 생중계로 보여줘서 중국인들의 달나라 여행 꿈이 현실화 될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2018년 12월 8일에는 창어4호가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 시창(西昌) 기지에서 발사돼 2019년 1월 3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의 후면에 착륙해서 태양빛이 전혀 닿지 않는 극저온 상황에서 각종 실험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실험 발사와 달 궤도 선회, 달 표면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24일 새벽 4시30분 하이난 원창 발사기지에서 장정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달 탐사선이 창어5호였다. 창어5호는 중국의 우주 개발 역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해서 달 표면의 흙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서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까지를 완성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달 탐사선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중국 우주개발 담당자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고난도(高難度)의 기술은 달 표면의 샘플을 실은 창어5호가 달 궤도를 떠나 지구로 돌아와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의 충격과 고열(高熱)을 어떻게 극복하고 샘플이 소실(消失)되지 않게 하느냐는 문제였다. 샘플이 소실되지 않아야 창어 프로젝트의 2단계인 유인 탐색선을 달로 보내 임부를 마친 뒤 지구로 생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창어프로젝트 제3단계인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느냐는 기본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중국인들을 들뜨고 환호하게 만든 것은 창어 5호가 우주 개발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있는 미국과 러시아도 실험해보지 못했던 ‘다수이퍄오(打水漂)’라는 방식을 중국이 처음으로 실험해서 성공했다는 점이었다. ‘다수이퍄오’란 중국어는 우리말로 ‘물수제비 뜨기’, 또는 ‘물제비 뜨기’라는 말로 어린 시절 우리도 저수지나 잔잔한 바다에서 해보았던 돌던지기 놀이를 말한다. 돌을 거의 수면과 평행한 낮은 각도로 물 표면으로 힘껏 던지면 돌이 물 위에서 반사돼 두세 차례에서 일고여덟 번 튕긴 다음에 물에 입수하게 된다. 이번에 창어5호는 달 표면 샘플을 채취해서 지구로 돌아와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충격과 고열을 피하기 위해 대기권 입사각을 최대한 낮추어 물제비 뜨듯 대기권 경계면에서 한 번 튕겨 나온 뒤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런 대기권 진입 방식은 지난 2009년 98세로 베이징(北京)에서 세상을 떠난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中國導彈之父)’ 취안쉐썬(錢學森)이 고안한 방식이다.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나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우주선의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경우 미사일이나 우주선이 그리는 궤도가 마치 물제비를 뜰 때 수면위의 돌이 그리는 궤적처럼 불규칙한 곡선을 그리는 점에 착안한 방식이다. 중국 우주과학자들은 이 불규칙한 궤도를 ‘취안쉐썬 탄도(彈道)’라고 명명했다. 1911년생인 취안쉐썬은 1934년 자오퉁(交通)대학 기계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 공대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강의를 하던 중 1955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요청으로 귀국해서 마오가 중국인들에게 제시한 꿈인 ‘양탄일성(兩彈一星)’ 계획의 실현에 평생을 바쳐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물리학자였다. ‘양탄일성’이란 ‘미사일(導彈)과 핵폭탄(核彈), 인공위성(人工衛星)’을 줄인 말로, 마오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벌어진 한국전쟁 기간 동안 미국으로부터 받았던 원자탄 공격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국주의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양탄일성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한 데 따라 수립된 군사와 우주개발 기술 개발 프로젝트였다. 취안쉐썬은 그런 마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최고의 애국자 대접을 받았다.

창어5호 귀환 이틀 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베이징(北京)에서 거행된 “달 표면 샘플을 당과 정부에 넘겨주는 의식에 참가한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류허(劉鶴) 부총리가 대독한 연설을 통해 ”창어5호의 성공은 당중앙이 항공우주사업을 고도로 중시하는 정신을 잘 실현한 것이며, 우리의 국가 건설이 과학기술 강국을 지향한다는 방향을 명확히 해준 것“이라고 치하했다. 중국 국가항천국(航天局·우주국)은 18일 ”중국이 달 표면에서 채취해온 샘플은 국제사회의 우주과학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 향유하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리조례를 발표했다.

우리가 더욱 놀라야 할 사실은 2021년 양력 새해를 앞두고 창어5호의 지구 귀환을 성공시킨 중국의 우주개발 기술능력이 지난해 7월 23일 발사한 중국 최초의 화성탐사선 ‘톈원(天問)1호’가 다음 달 12일 중국의 춘제(春節)에 맞추어 화성에 착륙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을 휩쓰는 가운데 중국이 의욕적으로 발사한 톈원1호는 길이 3m, 높이 2.2m의 화성표면 탐사 차량을 싣고 갔다. ‘톈원(天問)’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3세기에 초나라에 살았던 대시인 굴원(屈原)의 시 “우주의 생성에 대해 묻는다”는 시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확산되는 재난 속에서도 중국인들의 꿈을 위한 달과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중단 없이 추진하는 동안, 과연 우리의 정치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꿈을 제시했는가를. 국민들을 위해서는 혁명과 개혁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꿈도 만족시켜 주어야 좋은 정치라는 사실을 우리 정치인들은 잊었는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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