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현장인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입장한 기자는 20명으로 제한됐고 100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현장과 화상 연결로도 참여하지 못한 160여명의 기자들은 실시간 카카오톡 채팅창을 통해 대통령에 질문을 했다.
현장 참석 기자들은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쳤고, 청와대는 50분 전에 소독을 진행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회견을 앞두고는 장내에 가수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이적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직접 작사·작곡해 지난해 4월에 공개한 곡이다. 회견장 배경에는 ‘2021 위기에 강한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먼저 문 대통령은 “화면이 쪼개져 있어 개인적 식별이 어려워 부득불 번호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예전처럼 손을 드는 대신 번호가 적힌 팻말을 들었고, 문 대통령은 “10번 기자님”이라고 호명하는 식으로 질문자를 지명했다.
온라인 회견 특성상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연출됐다. 화상으로 연결된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청와대가 네 차례의 리허설을 거쳤음에도 일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 외신 기자는 마이크 음성이 잘 안 들린다는 통역의 요청에 마스크를 벗고 같은 질문을 세 차례나 더 반복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총 28개의 질문을 받으면서 시종일관 담담하고 침착한 어조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진행자이면서 답변자였던 셈이다.
가장 먼저 나온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 간의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전 몇 초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질문을 받고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고,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논란의 과정에서 이른바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단순 의혹을 넘어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인정한 법원에서 판결을 존중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초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순의 질의 분야가 기자들의 질문으로 뒤섞이자, 문 대통령은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질문이 없으신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질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동부구치소 방역 질문이 나오자, 짧게 한숨을 쉬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 횟수가 적어 ‘불통’ 논란이 불거졌다는 질문에 “반드시 기자회견만이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의 한 방법”이라며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방문을 많이 했고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이긴 하지만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이 좋지 않아져서 미루게 된 점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난 한 1년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기자회견 등 기자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은 다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간담회 횟수는 각각 150회,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회인 것과 비교해 문 대통령은 6회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출입기자와의 대면 간담회·기자회견은 5회였지만 신문사 편집국장, 방송사 보도국장, 정치·경제부장 등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 참여 기자들과 악수 없이 목례만 하고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