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0만전자와 개미들의 주기도문

2021-01-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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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증권부 기자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해를 넘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47조49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개미들은 올해 11조원을 넘게 순매수하며 화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그중 절반인 5조4000억원은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는데 썼다.

개인들의 이런 매수세는 삼성전자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치 국채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크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에 대한 시대적 변화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망하지 않는 회사가 성장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떨어질 때를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약세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순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9만원의 벽도 지난 13일 무너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삼기도문이 화제다. 삼성전자+주기도문이다. 기대보다 절실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수원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한국거래소에 임하옵시며, 뜻이 삼만전자에서 이룬 것 같이, 십만전자도 이루어지리다’로 시작되는 이 기도문은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한 배당금 주옵시고’, ‘우리를 패닉셀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95층에서 구하옵소서’라고 재치있게 투자자들의 간절함을 반영했다.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세력은 연기금이다. 올해 들어 연기금은 삼성전자 주식 1조20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 했다 여기에 금융투자업계와 투신 등도 매도세에 가담하며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연기금 중 국민연금이 매도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최근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정해놓은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17.3%다. 하지만 작년 3분기 기준으로는 18.3%에 달하고 있다.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식을 매도하는 수밖에 없다. 즉 이번 주가하락은 기업의 이익 훼손과 거리가 멀다는 거다.

오히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기존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12만원으로, IBK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각각 9만7000원이던 기존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유진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11만원과 11만3000원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도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접한다. 얼마 전 한 투자자의 말로 답변을 대신해 하려 한다.

“고점이라는 인식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를 박스권에 갇히게 했다. 이제는 그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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