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제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9020만 배럴로 전년 평균 1억50만배럴과 비교해 10.27% 감소했다. 이 같은 수치는 올해 초에도 유지되고 있다.
반면 기름값은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438.98원으로, 지난해 11월 18일 1317.12원과 비교해 9.25%나 올랐다.
우선 국제유가와 우리가 쓰는 석유 제품가격을 분리해서 기름값 상승을 봐야한다.
수요가 제자리임에도 국제 원유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조만간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글로벌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영향이 사라지면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대되면서 원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으나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매매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제유가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은 싱가폴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석유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이 가격은 수요와 정제마진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현재 국제 석유 제품가격은 13일 기준 휘발유는 배럴당 60.70달러(옥탄가 92RON 기준)다. 경유는 배럴당 61.51달러(10ppm 기준)다.
5일부터 13일까지의 일주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59.49달러, 경유는 59.00달러다. 같은 기간 두바이 원유 가격은 54.37달러로 제품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 값이 바로 정유사의 마진이 된다.
계산해보면 휘발유에 대한 정제마진은 5.12달러, 경유의경우는 4.63달러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이 기업마다 최소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이 된다. 즉 현재 유통되는 기름값은 간신히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을 맞춘 수준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에 따른 원유가격 상승은 지속되는 반면 수요는 늘지 않아 기름을 팔고도 적자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국제 유가는 실체가 없는 기대감에 따른 상승이고, 우리가 쓰는 기름가격은 정제마진과 수요 등을 고려해 책정된 정유사 입장의 최소 가격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는 정유사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가격”이라며 “오히려 수요는 늘지 않고 실체가 없는 기대감만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