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메이트'(CMIT/MIT)는 저분자 물질이라 무죄? 판결문 살펴보니...

2021-01-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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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특성 달라...CMIT·MIT, 폐까지 도달 증명 안 됐다"

檢, SK케미칼 증거인멸까지 무죄... 말도 안돼

전문가 "독성, 피해 인정한 보고서 무시"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습기살균제 사태 핵심 인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대표와 안용찬 전 대표 등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필러물산 관계자 13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미 유해성이 입증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PHMG(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와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PHMG와 CMIT·MIT가 물리화학적으로 특성 자체가 달라 폐 질환·천식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PHMG는 옥시레킷벤키저가 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로 SK케미칼이 제조한 것이다. 이 물질은 사망자 73명 등 총 181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점이 인정돼 유죄가 확정됐다. 
 
저분자 화학물질 CMIT·MIT, 고분자중합체 PHMG·PGH
재판부는 CMIT·MIT와 폐 질환 등 사이 인과관계 판단에 앞서 CMIT·MIT와 PHMG 사이 물리화학적 차이를 거론했다. 환경부 'CMIT/MIT 독성 및 건강영향 종합보고서'를 들며, 두 사건 원료물질들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CMIT·MIT는 저분자 화학물질이다. 저분자는 고분자와 달리 분자량이 일정하다. 그러나 고분자는 화학반응 시 무작위로 분자결합이 붙어 체인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저분자 물질은 분자량이 일정해 끓는점·녹는점 등 특성도 일정하지만, 고분자 물질은 그렇지 않다.

또 CMIT·MIT는 저분자 화학물질로 체내분해성이 높아 체내에서 빠르게 반응한 후 분해되고,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역시 독성이 매우 낮다. 신속하게 배출되는 특성도 있다. 무엇보다 폐까지 도달하지 않고 상기도에서 대부분 흡수돼 하기도까지 도달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PHMG·PGH는 고분자중합체로, 체내에 흡입되면 잘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잔류한다. 또 세기관지·폐 등 하기도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동물에게 흡입 노출을 시키는 등 CMIT·MIT 체내 이동 가능성에 관한 실험을 주목했다. 해당 실험에서 동물 폐를 포함한 모든 생체 시료에서 CMIT·MIT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본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동물을 대상으로 3년간 CMIT·MIT 실험을 진행한 연구진도 위해성을 단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증인대에 선 연구진이 "반복투여에 따른 천식 유발 영향이나 악화 가능성은 확인했다"면서도, "단정적으로 결론 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것이다.
 
검찰 "실험 결과와 안전조치 소홀 혐의는 다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듣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재판부는 현재까지 나온 실험 결과들로 CMIT·MIT와 폐 질환·천식 등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장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들의 혐의 입증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백보 양보해 유해성은 그렇다치더라도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폐하려는 혐의까지 무죄로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검찰은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로 기재한 사실, PHMG가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조작하기까지 한 사실 등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밝혔다.

CMIT·MIT와 관련해서도 "아울러 전문가들이 제출한 피해 판정 결과를 무시했다"면서 항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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