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 돈줄도 막힌다'...美금융권, '정치자금 지원 중지' 확대

2021-01-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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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폭력 난입사태로 기업 정치자금 흐름 놓고 내외부 압력 높아져

JP모건, '자사 정치자금 기부' 전면 중단 선언·시티는 '사내 PAC' 중단

메리어트 호텔·BCBS 보험·CBSH 은행 등은 공화당 겨냥해 지원 끊어

JP모건·시티그룹 등 미국 대형은행권이 일시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중지한다고 나서면서 미국 재계의 정치 지원 중단 움직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동으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세력이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폭력 난입한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향후 6개월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 등에 대한 자사의 모든 정치자금 기부 활동을 잠정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WSJ는 JP모건 측이 종전 정치자금 기부금으로 배정했던 예산을 저소득층에 식품을 지원하는 '푸드뱅크'에 기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유행세로 지난달 각 지역사회가 겪은 어려움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총괄하는 피터 셰어는 이날 "국가가 전례 없는 정치·경제·보건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향후 정치자금을 지원(캠페인)할 시간을 충분할 것이기에, 도움이 더욱 절실한 이들을 돕는 일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은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동안 연방선거에 출마한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들을 위해 총 90만 달러(약 9억8658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이 중 58%는 공화당 소속 정치인에, 나머지 42%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에 지원됐다.

이와 함께 회사 내 자발적인 정치기금 모금 방식인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서는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PAC을 통해 회사 내 직원 각각은 연간 최대 후보자당 5000달러, 각당의 전국위원회에는 1만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으며, 연방선거운동법은 PAC을 통한 각 기업의 정치자금 지원 한도는 제한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비영리 정치연구기관 책임정치센터(CRP)가 작년 11월23일 기준으로 분석한 것으로, 이 외에도 회사가 공개하지 않은 정치자금 기부 내역도 있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티그룹은 지난 8일 향후 1개 분기 동안 회사 내 PAC 모금 활동을 중지한다고 사내에 공지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대변인을 통해 CNBC에서 "지난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가 오는 2022년 의회선거를 위한 (자사의) 정치자금 기부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은 해당 사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 은행에 앞서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보험회사인 '블루크로스 블루쉴드'(BCBS), 미국 미주리주에 기반한 지역은행인 커머스 뱅크셰어스(CBSH)가 공개적으로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로 인한 정치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에 따라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과 평화적 정권 이양을 방해한 정치인을 대상으로 정치자금 기부 중단을 선언해 보다 직접적으로 공화당을 겨냥했다.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사인 보스턴 사이언티픽은 특정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모든 정치인에 대한 PAC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WSJ는 이와 같은 미국 기업들의 정치자금 기부 중단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 이후 기업들이 정치 지출(로비)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주주들로부터 더욱 큰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프리드 책임정치센터 소장은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위험성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면서 "각 기업이 향후에라도 대중적 정서나 회사의 공식 입장과 상충하는 정치인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소비자와 노동자,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날 CNBC 보도에 따르면, 의회 난입 사태에 정치권에 익명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다크머니'가 흘러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명 '아메리카 퍼스트를 위한 여성들(Women for America First)'으로 불리는 501(c)(4) 그룹이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단체는 미국 국세청(IRS)로부터 제한적인 정치활동이 가능한 비영리단체로 인가를 받았지만, 기부자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다크머니 운용기관이다.

해당 단체는 지난 6일 워싱턴DC 시당국에 예상 참가자 규모 5000명 수준으로 집회 허가를 신고했으며, 여기에는 과거 극우 성향의 정치 캠페인을 벌인 '티파티 운동'의 주도 단체였던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지도자인 아미 크레이머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Women for Trump)' 집행국장인 카일 제인 크레이머 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세력이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폭력 난입한 모습.[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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