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일, 강제징용에 위안부 판결까지…외교부 "사법부 판단 존중" (종합)

2021-01-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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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법부 판결 존중…한·일 건설적 협력 노력"

日 정부 거센 반발…남관표 대사 외무성으로 초치

'일본通' 강창일 신임대사 "정치적으로 풀 지혜 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일 관계가 또 위기를 맞이했다.

8일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자 일본 측이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초치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를 두고 장기간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부 판결 문제가 다시 두드러진 셈이다.

최근 정부가 정치권의 대표적인 일본통(通)인 강창일 전 국회의원을 신임 일본대사로 임명하는 등 양국 갈등 해결에 나섰지만, 위안부 판결 문제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한층 더 멀어진 듯하다.

특히 이번 판결의 피고가 일본 정부라는 점에서 양국 정부 간 해법 모색이 시도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피고는 일본 기업으로, 양국은 ‘문희상안(安)’ 논의 등 다양한 경로로 대책 마련에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피고는 일본 정부로, 판결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본 측이 한국과의 논의에 나서지 않을 거란 얘기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사업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건설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외무성은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한국 법원이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항의해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초치가 끝난 뒤 취재진에 답변하는 남 대사. [사진=교도·연합뉴스]


이에 일본 측은 즉각 항의, 남관표 주일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초치했다.

남 대사는 이날 오전 11시 24분경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본 외무성 청사로 들어갔다가 9분 만에 나왔다.

남 대사는 외무성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 입장을 들었다”면서 “우리로서는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차분하고 절제된 양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의 심리에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불응해 왔다. 또 일본 정부에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 한·일 관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주권면제 원칙은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국가는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일 간 공식 합의라는 점을 고려해 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표명해 왔다.

법원의 위안부 배상판결로 한·일 관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진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새로운 주일대사를 임명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강 전 의원을 주일대사로 내정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강 신임 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난마처럼 꼬여있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어서 마음도 무겁고 어깨도 무겁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남 대사 초치로 이어진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선 “삼권분립 때문에 사법부 판결에 대해 평가하기 그렇지만, 이 판결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며 “이 판결로 한·일 관계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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