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丁총리, '취임 1년' 키워드는 소통·코로나 극복·해결사

202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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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오는 14일로 취임 1주년 맞아

취임 직후부터 중대본 수장 겸하기도

'코로나 총리'로서 방역상황 진두지휘

비판 여론엔 총대메며 국민 통합 노력

"지금은 총리"라지만...차기 행보 '눈길'

그야말로 '코로나 총리'다. 7일로 취임 1주년을 꼭 일주일 앞둔 정세균 국무총리 얘기다. 정 총리는 지난해 1월 14일 임기를 시작한 이후 1년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총 집중했다. 그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대국민 호소문만 여섯 차례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과 쌍용그룹 상무이사를 지낸 경제인 출신 총리로서, 당초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포부와는 달리 정 총리는 취임 한 달여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수장까지 겸하게 됐고, 지난해 2월 26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79차례의 회의를 주재했다.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은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다.

그는 중대본부장역(役) 수행과 동시에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 지역에 몸소 내려가 방역 상황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보름가량 대구 지역에 상주하며 대구·경북(TK) 지역의 신천지발(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를 매듭지었다.

이후 TK 지역 중심의 1차 대유행이 잠잠해지기 무섭게 수도권에서 광화문 집회와 교회를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정 총리는 서울시청에 상주하며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수도권 방역 관리에 몰두한 셈이다.

그러나 가을·겨울철을 틈타 재확산한 코로나19에 정 총리는 아직도 방역 고삐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3차 대유행 고리 끊기와 내달 도입을 앞둔 코로나19 백신의 차질 없는 관리 및 접종이다.

이런 와중에도 정 총리는 특유의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국정 위기를 원활히 헤쳐나가며 문재인 정부의 해결사역까지 자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의사 국가시험(국시) 재응시 허용 논란과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에 직접 입을 여는 등 여론의 질타에도 총대를 메고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완하라"··· 현장 비판 겸허히 수용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방역 기준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곧바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전날 중대본 회의에서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향해 보완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실내체육시설에 적용되는 방역 조치를 두고 현장에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 총리가 곧바로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례다.

이에 중수본은 즉각 8일부터 실내체육시설의 아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9인 이하의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정 총리는 최근 이어졌던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지난해 7월 당시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오판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정부가 결국 백신 확보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며 총알받이를 자처했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정 총리는 또 잘못을 시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예방접종 대응추진단'도 가동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그간 매주 화·목요일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결과 1분기 내 도입이 어려웠던 화이자 백신을 내달 들여오기로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관리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단을 가동할 방침이다.

영국과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마련했음에도 준비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보건·방역 전문가들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을 정 총리가 적극 수렴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는 정 총리의 소통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2021년 뉴노멀시대, 명사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1차 목요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찬반 극명한 사례에 총대 메기도

정 총리는 찬반 여론이 첨예해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안일수록 직접 나서 갈등을 중재, 국민 통합에 힘써왔다.

정부가 올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 지난해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자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정 총리가 입장을 표명한 게 대표적이다.

정 총리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코로나19 상황도 그렇고, 사실 공공의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지만, 여론과 관계없이 국민의 이해관계와 국익을 우선 고려해 이 같은 결단을 내리는 일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정 총리가 "정부 내 이견은 없다"고 강조한 이후 반대 여론은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다.

또한 정 총리는 내달 11~13일 설 연휴를 앞두고 농수산업계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적극 수렴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즉시 조정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농수산업계에 "법안 취지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국민께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국민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을 정 총리가 직접 마무리하려고 시도한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양측 간 갈등이 비화하며 청와대로까지 부담이 번지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기 주례회동 계기에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를 건의했다. 찬반 여론이 팽팽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문 대통령의 부담을 대신 짊어지려고 했다는 얘기다.

이후 정 총리는 "국민께 결과적으로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서 총리로서 참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 총리는 이날까지도 추가 확진이 이어진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서도 책임을 지고 두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지난 2일엔 동부구치소를 직접 방문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전국 모든 교정 시설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이런 활발한 SNS 활동도 그의 대국민 소통을 통한 통합 노력 중 하나로 꼽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상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은 총리"라지만··· 차기 행보 '눈길'

이 같은 정 총리의 소통 자세는 6선 국회의원의 노련함과 쌍용그룹 상무이사를 지내며 기른 실용주의적 성향이 합쳐진 결과물로 보인다.

정 총리는 1978년 쌍용그룹 공개채용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입사,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이 같은 이력을 배경으로 정 총리는 다선 국회의원 시절에도,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부 2인자로서도 경제계와의 소통에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23일부터 이날까지 총 31회에 걸쳐 진행한 '목요대화'를 통해 30여명의 기업인과 회동했다. 바이오부터 정보통신(IT), 여행·관광업계 등 전 분야를 통틀어서다.

목요대화는 정 총리의 이른바 '시그니처(대표) 이벤트'로, 방역·보건·경제·산업·고용·문화·교육·국제관계 등 여러 분야 인사를 서울 총리공관으로 초빙해 의견을 청취하는 행사다. 스웨덴식 협치 모델인 '목요클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 총리는 이런 목요대화를 통해 기업인들과 적극 소통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관광·항공업계에 대한 지원 대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생계지원책, 국내 제약회사들의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등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또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기업이 일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기업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향해 △확실한 경제 반등 △과감한 규제 혁파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 △더불어 잘사는 포용경제 등 네 가지도 약속했다.

이런 정 총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떠올린다. 정작 본인은 "지금은 총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여론은 정 총리의 차기 행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는 제19·20대 국회 당시 차기 대권후보로 통한다는 서울 종로구의 의원을 지냈다. 그뿐 아니라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장까지도 역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행정부 2인자인 정 총리가 올라갈 정점은 대통령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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